격앙된 MB측 "우롱당하면서 평창 간들 의미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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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은 5일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의 주범이라는 검찰 수사에 대해 “사실관계에서도 크게 벗어나 있지만, 그 절차와 법적 논리에서도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는 점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하라고 직접 지시하면서 참모들에게 ’꼭 오시도록 직접 초대장을 건네드리라“며 ’이 전 대통령에게 가서 진심을 꼭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포토]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하라고 직접 지시하면서 참모들에게 ’꼭 오시도록 직접 초대장을 건네드리라“며 ’이 전 대통령에게 가서 진심을 꼭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포토]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거듭 밝히지만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해 그러한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서 “일반 형사 피의자라도 그럴 수 없는 것인데 관련 당사자들의 진술도 엇갈리는 상황에서 확인도 없이 전직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주범이라고 규정한 것은 모욕을 주기 위한 전형적인 짜 맞추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평창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앞둔 시점에 이 같은 무리한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정치적 저의가 깔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2018년 2월 5일은 검찰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MB 측근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꼭 와 달라고 신신당부했다’며 초청장을 보내면서, 뒤에서 검찰은 별다른 근거 없이 ‘주범’으로 전직 대통령을 망신주고 있다. 어르고 뺨 때리는 격”이라며 “이렇게 우롱당하면서 평창에 간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참석하는걸)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참모진 사이에) 팽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맨 오른쪽)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병도 정무수석(왼쪽)으로부터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등 주요행사 초청장을 전달받은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맨 오른쪽)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병도 정무수석(왼쪽)으로부터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등 주요행사 초청장을 전달받은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국정원 특활비 의혹 사건의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으로 적시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초청장을 이 전 대통령에게 공식 전달했다. MB 대치동 사무실을 직접 찾은 한 수석은 "평창올림픽이 이 전 대통령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님께서 정중히 예우를 갖춰 이 전 대통령 내외분을 초청하라고 하셨다"고 말했고, 이 전 대통령은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며 사실상 참석 의사를 표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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