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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감독' 김인식 … 그의 다른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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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세계 최강 미국을 누르고, 한 수 위라는 일본을 두 번 꺾지 않았는가. 세계의 지붕 위에 오른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밀려드는 방송 출연 요청, 인터뷰 등은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시범경기 시작 전 구장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러는 것은 몰라도 다시 진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다. 당연히 김 감독이 그런 것들을 바라고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리도 만무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 감독은 2004년 말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의 '포스트 WBC' 야심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슬쩍 드러낸다. 김 감독은 "미국과 일본을 연달아 꺾을 줄 나도 몰랐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어느 종목이든지 스피드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피드를 갖춘 인재들을 어린 시절부터 잘 육성하고 키우는 게 지도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이번 WBC를 치르면서 그 사실을 더욱 극명하게 느꼈다"고 했다. 어린 인재의 육성, 그리고 지도자의 역할을 이야기하면서 눈을 부릅떴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이번 대회 한국야구의 성공이 한국야구의 저변 확대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가 WBC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자 현재 한국이 2002년 월드컵에 못지않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음을 누구보다 김인식 감독이 잘 알고 있다. 그는 두산에서 나온 뒤 1년간 KBO 아마야구 육성위원을 하면서 역시 한국야구가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음도 절실히 느낀 야구인이다. 그런 김 감독이 이번 대회를 통해 겨냥한 또 하나의 꿈을 드러냈다. WBC로 점화된 한국야구. 그리고 그 뿌리인 아마야구 육성의 꿈. 김 감독은 일단 심지에 불을 붙였다.

17일 서울 영풍문고에서 시민들이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을 다룬 책을 보고 있다. 안성식 기자

'김인식의 리더십 … ' 책 불티

한편 김인식 감독의 인재관리 스타일을 기록한 '김인식 리더십:야구를 경영하는 감독의 6가지 원칙'(채움)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 전문기자인 고진현씨가 쓴 이 책은 3일 출간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최근 며칠 새 초판 3000부가 모두 팔리고 재판 찍기에 돌입했다. 책은 김 감독의 경영 스타일을 '믿음.경험.조화.인재.대화.희망' 여섯 가지로 요약했다. 저자는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질 줄 아는 섬세한 리더십 때문에 김 감독에게 '재활의 신'이라는 칭호가 붙었으며, 김 감독처럼 참모를 가슴으로 품에 안는 지도자는 드물다고 설명하고 있다.

샌디에이고=김성원 JES 기자,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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