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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엎은 대표단장, 북 김영남 카드드 무슨 의도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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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위원장은 명목상 북한 국가 수반이다.[중앙포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위원장은 명목상 북한 국가 수반이다.[중앙포토]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대표단장으로 보내기로 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북한 정권의 실세이자 ‘넘버 2’로 평가받고 있는 최용해 당 부위원장이 단장을 맡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에게 단장을 맡겼기 때문이다.

 북한은 4일 밤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김영남을 단장으로 하고, 단원 3명과 지원 인원 18명을 9일부터 11일까지 보내겠다“고 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5일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의) 우리 측 지역 방문을 환영한다“며 ”체류 기간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실무적인 문제들을 앞으로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한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북한의 통보를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김영남 카드는 올림픽 대표단의 상징성과 대북 제재를 피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신년사(지난달 1일)에서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대축제로 만들겠다고 한 만큼 형식적으로 최고위급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용해가 실세이긴 하지만 제북 제재 대상이란 게 걸림돌이다.
 또 김영남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경우 형식적인 남북 최고위급 접촉이란 의미도 있다. 백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북한의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정상회교를 담당해 왔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에선 김영남을 대외활동의 수반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권은 크기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남북관계와 동시에 미국의 의식한 행보일 수도 있다. 9일 개막식에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다. 개막식장이나 리셉션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북미 간 같은 장소에 머물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최용해가 아무리 실세라고 하더라도 격(格)을 최대한 맞추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 대상에 오른 상황이어서 이미지 관리 측면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실리뿐만 아니라 명분을 중시한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 대표단장을 맡을 경우 위신이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표단장보다 수행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경우가 있다”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3명의 단원과 지원인력 18명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보면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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