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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원장 “스스로 변해라”압박에…대기업들 지주회사 정비, 순환출자 해소

중앙일보

입력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달라”

지난해 6월 공정위-4대그룹 간담회 이후 #10개 집단 지주회사체제 정비 및 순환출자 해소 등 발표 #공정위, "변화 긍정적...다른 대기업 집단으로 확산돼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6월 23일 4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집단의 일부 잘못된 지배구조에 대해 정부가 나서기 전에 먼저 선도적으로 변하라는 ‘압박’의 성격을 가졌다. 이에 여러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를 정비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등 소유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조(오른쪽) 공정거래위원장과 정진행(왼쪽) 현대자동차 사장 등이 지난해 6월 23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 그룹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상조(오른쪽) 공정거래위원장과 정진행(왼쪽) 현대자동차 사장 등이 지난해 6월 23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 그룹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5일 공정위에 따르면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지난해 4대 그룹 정책간담회 이후 올 1월 말까지 10개 대기업집단이 소유지배구조 개편 등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와 현대중공업, 대림은 올해 안에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또 롯데와 효성은 기업집단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주회사 구조를 개선한 기업들도 있다. LG는 체제 밖 계열사였던 LG상사를 지주회사 체제 내로 편입했다. SK는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인 SK케미칼을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LS도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가온전선)를 지주회사 체제 내로 편입했고, 또 다른 체제 밖 계열사(예스코)는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CJ의 경우 지주회사 산하 두 개 자회사가 공동출자한 손자회사인 대한통운을 단독 손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복수 자회사가 동일 지분율로 공동출자하며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았다. 다만 수직적 출자구조를 통해 소유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계열사 간 위험 전이를 방지한다는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어 현재 국회에는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ㆍ계류 중이다.

내부 거래 관행을 개선한 대기업집단도 있다. 대림과 태광은 총수일까 지분이 많고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의총수일가 지분을 처분했거나 처분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대림은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자회사 켐텍에 대해 올해부터 신규 계열사 거래를 중단하고 기존 거래를 정리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밖에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 출석 대신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소수 주주의 주총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차ㆍ기아차 등에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각 대기업집단의 노력이 소유지배구조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여 거래 관행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른 대기업 집단 역시 이런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노력이 앞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돼 다른 대기업집단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며 “본래 취지에 부합되게 차질없이 실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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