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쪽 온 소감 묻자 “후에 합시다” … “후회한다는 말?” 되묻자 크게 웃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김주식-염대옥 조가 4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 메인링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서는 김규은-감강찬 조가 출전한다.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김주식-염대옥 조가 4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 메인링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서는 김규은-감강찬 조가 출전한다. [연합뉴스]

북한 선수단의 말문이 트였다. 밝은 표정과 자신감 있는 행동도 눈에 띄었다.

밝아지고 말문 트인 북한 선수들 #선수촌·경기장서 스스럼없는 언행 #“조선 사람이 만든 음식 입맛 맞다” #피겨 염대옥 마주치면 반갑게 손짓

선수단 본진은 지난 1일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원길우체육성 부상(차관)을 단장으로 한 북한 선수단 본진 32명은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남녘의 겨레들에 우리 북녘 동포들의 인사를 전한다”는 원길우 부상의 형식적인 인사뿐이었다. 강릉선수촌 입촌할 때도 피겨 염대옥의 “경기 전에 말하지 않는다. 춥다”는 말 정도가 전부였다.

이튿날 첫 훈련 분위기도 비슷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첫 훈련을 마친 염대옥-김주식 조는 취재진을 피해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야 했으나 그러지 않고 다른 길로 나갔다. 같은 날 훈련을 한 쇼트트랙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최은성이 훈련 도중 다쳤지만, 부상에대해 설명을 하지 않고 빠져나갔다.

4일 강릉선수촌을 나서던 북한 선수들이 활짝 웃으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장진영 기자]

4일 강릉선수촌을 나서던 북한 선수들이 활짝 웃으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장진영 기자]

하지만 3일부터는 조금씩 달라졌다. 믹스트존을 통과하면서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은 최은성의 상태와 출전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의사가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윤철 쇼트트랙 감독도 “상태를 봐서 본인이 결정해야지”라고 답했다.

피겨 선수단은 더 적극적이었다. 염대옥은 경기장이나 선수촌에서 취재진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늘 훈련이 어땠냐”는 질문에 “괜찮았습니다”라고 답했다. 4일 “감강찬과 김규은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염대옥은 “여기서 뭘 어떻게 말합네까”라고 답했다. 염대옥-김주식 조는 감강찬-김규은 조와 캐나다에서 두 달 동안 함께 훈련하며 친해진 사이다.

경기장과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선수촌에선 더욱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선수들은 피트니스센터에서 실내 훈련을 하고, 선수식당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만난 북한 선수들은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 다녀봤기 때문에 크게 놀랄 것은 없다”며 “선수촌 음식도 조선 사람이 만든 것이라 입맛에 맞는다. 뷔페식이라 밥 먹고 싶은 사람은 밥을 먹고, 빵을 먹고 싶은 사람은 빵을 먹는다”고 전했다. 김주식은 거꾸로 감강찬의 어깨 부상에 관해 묻기도 했다. 감강찬은 4대륙 선수권에 함께 출전했으나 어깨 부상으로 기권했다.

남북 사이의 언어, 문화 차이도 드러났다. 북한 선수들은 “남쪽에 온 게 어떠냐는 질문”에 “후(後)에 합시다”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이었다. 남한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이라 잘 못 알아들은 취재진이 “‘후회한다’고 한 것이냐”고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에 북한 선수들은 크게 웃으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선수단 고위 관계자는 “바지와 치마 역할이 다르다. 북한에선 남자가 생계를 다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 속담 중에 ‘여자와 고양이는 쓸어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여성을 보는 시각도 남북이 달랐다.

강릉=김효경·정아람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