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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도움으로 평창 오는 ‘눈표범 소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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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시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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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의 여자 알파인 스키 선수 사브리나 완지쿠 시마더(20·사진)가 한국 독지가와 기업의 도움으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에 오게 됐다.

케냐 국가대표 알파인 선수 시마더 #계부 따라 오스트리아서 스키 입문 #가나 등 아프리카 6개국도 파견

‘마라톤 강국’ 케냐에서 스키는 생소한 스포츠다. 케냐에서 태어난 시마더는 3세 때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를 따라 오스트리아로 건너갔고, 알파인 스키에 푹 빠졌다. 선수의 길로 들어선 그는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 꾸준히 출전한 끝에 케냐 최초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늘 표범 무늬 경기복을 입어 ‘눈표범 소녀’란 별명도 얻었다. “아프리카 선수가 무슨 스키냐”는 편견을 깬 그의 사연은 지난해 11월 22일 중앙일보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출전권은 손에 넣었지만 한국에 오기는 쉽지 않았다. 케냐올림픽위원회는 겨울올림픽까지 선수를 출전시킬 여력이 되지 않았다. 케냐 선수가 겨울올림픽에 나간 건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부터 3회 연속 크로스컨트리 종목에 출전한 필립 보이트가 유일하다.

때마침 이웃 나라 탄자니아에서 사회적 기업 나우리미티드를 운영하던 김태균(42) 대표가 중앙일보에 난 시마더의 사연을 접했다. 2009년부터 아프리카 현지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온 김 대표는 “눈을 보기 힘든 아프리카에서 겨울올림픽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귀한 일이다. 지인을 통해 케냐올림픽위원회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문의했고 재정적 도움을 요청받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도움을 줄 국내기업을 찾았다. 동아프리카에 진출해있던 하나카드가 시마더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나섰다. 하나카드는 시마더와 가족, 지원 스태프, 케냐올림픽위원회 관계자 등 총 10명의 올림픽 기간 체재비용(12만 달러·1억3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2003년 마라톤 세계 최고기록(2시간4분55초)을 세웠던 ‘육상 영웅’ 폴 터갓(49) 케냐올림픽위원장은 “케냐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 신문에서 시마더의 사연을 소개한 게 신기하면서도 고마웠다. 한국의 도움으로 시마더가 큰 도전에 나서게 됐다”며 “1988년 서울올림픽은 케냐가 역대 올림픽 최다인 금메달 7개를 땄던 대회다. 평창에서도 시마더의 위대한 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마더를 파견하는 케냐 외에도, 가나·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6개국이 평창올림픽에 출전한다. 그중 스켈레톤 선수 아콰시 프림퐁(32)을 파견하는 가나올림픽위원회도 재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마더는 1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평창올림픽 출정식을 하며, 평창에는 8일 도착할 예정이다. 시마더는 “케냐 대표로 평창올림픽에 나가는 그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돼 꿈만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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