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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로 향하는 ‘文의 남자’들, 4년 전과 닮은꼴

중앙일보

입력

자천 타천으로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 왼쪽부터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전해철ㆍ박남춘ㆍ김경수 의원.

자천 타천으로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 왼쪽부터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전해철ㆍ박남춘ㆍ김경수 의원.

“청와대에서 느꼈던 경험이 국가와 국민 위해 작은 보탬 되도록 제가 어디 있든 정성 다해 살아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이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2일 공식적으로 직을 마치며 한 얘기다. 차분한 브리핑과 성실성으로 인정받던 그가 8개월이란 비교적 짧은 기간 만에 대변인직을 사퇴한 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그는 “어디 있든”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가 원하는 곳은 충남지사다. 같은 당 소속인 양승조 의원, 복기왕 아산시장 등과 예선부터 거쳐야 한다.

오는 지방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문 대통령의 측근, 이른바 ‘문(文)의 남자들’은 박 전 대변인 말고 더 있다.

이른바 ‘3철’ 중 한 명이자 이들 중 유일한 국회의원인 전해철 의원은 경기지사 도전장을 냈다. 공정성 시비를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경기도당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최근 각종 TV 프로그램에도 나가며 얼굴 알리기에 열심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수석을 지낸 이후 ‘친문 핵심’이 된 박남춘 의원도 인천시장 선거 출마로 마음을 굳히고 인천시당 위원장과 최고위원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설 전후로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

이들이 ‘자천’인 경우라면 ‘타천’으로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문의 남자도 있다. 경남 김해가 지역구인 김경수 의원이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취임식 때 정치인 중 유일하게 차에 동승한 이가 바로 그다. 김 의원은 지역구민들과의 약속을 이유로 출마에 부정적이었지만 PK(부산ㆍ경남)의 상징성 때문에 출마를 종용하는 이가 많다. 여전히 출마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김태호 전 지사가 선거에 나올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일원이 된 김영춘 의원도 부산 시장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지방선거를 6번 치르는 동안 대통령의 최측근이 이번처럼 줄줄이 선거에 나서거나 출마를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빼면 정치의 ‘중앙무대’가 아니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가 드물고, 광역단체장을 마친 뒤의 정치 행보도 어정쩡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과 경기의 경우에도 당시 정권의 핵심 실세가 출마하기보단 자기 지분이 있는 정치인이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유일한 예외가 2014년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였다.

당시 집권당이던 새누리당의 주류 ‘친박’ 중에 서병수(부산)ㆍ서상기(대구)ㆍ유정복(인천) 의원이 선거에 뛰어들었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 출마가 좌절된 서 전 의원을 빼곤 모두 본선에서 이겨 의원에서 ‘광역단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병수ㆍ유정복 시장은 친박 중에서도 ‘핵심’이었다.

지난 선거와 이번 선거는 새 정부 출범 2년 차 때 치러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웃돌며 고공행진 중이듯, 4년 전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도 50%를 웃돌았다. 1년 여의 집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2년차 이후의 개혁 동력의 강도를 좌우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4년 전 선거 때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졌다가 회복세를 나타냈고, 보수층도 위기감에 결집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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