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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 총선가도|쟁점 없는 유세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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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대 총선의 합동유세가 지난 주말을 이용하여 전국적으로 거의 두 번씩 마침으로써 이제 마지막 한번을 남겨 놓고 있다.
여야는 나름대로『혹시 지난 2·12총선 때와 같은 유세 장 바람이 불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기대가 있었으나 예상했던 대로 유권자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 유세가 진행되고 있다.
유세 장에서 공세의 입장이 되는 야당후보들이 새마을 등 5공화국의 비리 등을 추궁한 반면 수세의 여당후보들은 야권분열 책임추궁·지역 공약사업 등으로 맞섰다.
그나마 이것도 이슈로 정리되지 못한 상태여서 지역감정 유발·인신공격 등 말초신경에 호소하는 내용들이 홍수를 이루었다.
야당후보들의 공통적인 내용은 6공화국의 정통성 시비였다. 『6공화국은 5·5도 아닌 5·4공화국』(임정조·안양 갑·한겨레), 『5·4도 아닌 5·1공화국』 (이석용·안양 갑·평민), 심지어 소수점이 더 내려가 『6공화국은 5공화국을 승계 한 5·00001공화국』(박찬종·서초 갑·무소속)으로 규정하며 6공화국이 5공화국과 다를 바 없음을 강조했다.
야당후보들이 다투어 포문을 연5공화국의 비리에 대한 공격은 거칠고 원색적인 표현으로 이뤄졌다.
『13대 국회에서 전두환씨를 비롯, 그의 친. 인척 부정을 조사하겠다』(김영삼·부산 서·민주)는 약속과 함께 『장영자가 해먹은 7천억 원은 단군 할아버지가 매달 저축했어도 아직 열두 달 더 넣어야할 액수』(김현규·대구 중·민주), 『전경환씨가 하루에 먹은 돈은 성북 을 구의 위생시설을 개선하고도 남을 것』 (현승일·성북 을·민주) 등 부정의 엄청난 규모에 대한 비난도 높았고 「처단」「구속」「재산몰수」에 「미친X」「개XX」등 입에 못 담을 욕실도 나오는 판이다.
이를 받아 여당후보들은 『나는 장영자 사건으로 청와대를 떠나 미국으로 쫓겨났다』 (허삼수·부산 동·민정), 『내가 5공화국에서 의정활동을 했다면 전경환씨 같은 비리는 처음부터 싹틀 수 없었거나 내가 구속됐거나 둘 중의 하나』(조정환. 송파 갑·민정)라고 맞섰다.
여당후보들은 비리고발에 대항해 공약사업에 치중.
『말로만 떠들 사람은 말고 일할 사람 뽑아달라』 (조남조·익산·민정)는 호소가 대부분이었으며 도로공사 사장을 지낸 정동호 후보(민정·의령-함안)는 『큰길 정동호다. 내가 당선되면 먼지 나는 길을 말끔히 포장하겠다』, 정무장관인 김윤환 후보(민정·군위-선산)는『다른 의원이 예산을 지게로 져 내려온다면 나는 10t트럭으로 싣고 올테니 전국 최다득표로 밀어달라』는 등 내놓고 큰소리치는 경우도 많았다.
야당후보들은 여당의 실정을 꼬집어 『소·고추 수입하듯 남아도는 농촌 총각들을 위해 외국에서 처녀를 수입해야할 판』 (홍기훈·화순·평민), 『농가소득은 2배 늘었으나 빚은 6배가 됐다』 (김택수·부여·민주)고 주장.
호남지역의 경우 지역감정이나 김대중씨와의 연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김대중 선생을 공산당으로 모략한 후보를 목포의 대변자로 뽑을 수 없다』 『나는 목포 토종이다』 (권노갑·목포·평민) , 『전라도가 낳은 세계적 지도자 김대중 선생과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노태우와의 싸움』(홍기훈) 등 여러 가지다.
이에 맞서 호남의 여당후보들은『한풀이는 한번으로 끝나야지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대섭·광주북·민정)며 여당후보를 실력자로 만들어 호남의 한을 풀어나가자고 호소.
『제2인자인 국회의장만큼은 우리 목포에서 배출하자』(최영철·목포·민정), 『대통령· 국회의장·국무총리 감이 나올 수 있도록 중태정치인을 국회로 보내자』(이환의·영암·민정)고 했으며, 야당 총재와 붙은 서울 종로의 이종찬(민정)후보도 『당내 경선에 나서겠다』 는 말로 대권도전을 약속.
주로 한겨레 당 후보들이 『한꺼번에 심판하자 위장군정 양금 양당』(이신배·은평 을·한겨레),『솔로몬 왕이 아기를 둘로 쪼개라 했지만 친모는 이를 거부했다. 두 김씨는 자신들을 위해 야당을 둘로 쪼갰다』 (정무형·용산·한겨레)는 등 양금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쟁점이 뚜렷하지 않자 인신공격도 난무, 『합동유세 장이 욕설대회장』 (이규효·창원· 민정)이라는 한탄도 쏟아졌다. ·
『호랑이를 잡으러 나왔는데 이빨 빠진 사자가 나왔다』 (곽정출·부산서·민정), 『지난 7년 간 의원생활을 통해 8백억 원을 벌었다』(김현·대전동갑·공화), 『진해에는 사쿠라 꽃이 지고 있는데 창원에는 사쿠라 꽃이 피고 있다』(손정만·창원·무소속)는 등 상대후보를 헐뜯었다.
심지어 부산동의 노무현 후보(민주)는 허삼수 후보(민정)를 향해 『허 대령, 머리를 깎고 절에 가서 속죄의 기도를 드리시오』라고 맞대놓고 공격하기도.
선심공세에 대한 시비도 만만치 않았다.
『녹용까지 돌린다는데 민주화시대까지 아껴두었다가 그때 먹고 장수하자』(이협·이리·평민), 『선거가 마치 도둑놈 뽑기 대회 같다. 메리야스·타월 주고 금품살포 해 타락선거를 자행한다』· (신건욱·마산을·한겨레)고 여당후보를 공격.
이를 놓고 여당후보들은 아예 『나를 위해 선거 운동하는 사람에게 수고 비 조로 5만원 주었는데 그게 무슨 잘못인가』(심정구·인천남갑·민정), 『내가 번 돈을 수원시민들에게 쓰는 것일 뿐』(김인영·수원 갑·민정), 『나쁜 짓 해서 번 돈이 아니라 떳떳하게 번 돈으로 동지들에게 비누 한 장 준 것이 잘못이냐』(남평우·수원을·민정)는 등 정면대결로 나가고 있다.
동해의 홍희균 후보(무소속)는 『막강한 내가 출마한 덕분에 1인당 10만∼20만원씩 받았다. 그러니 내가 돼야 유권자는 행복하다』고 내놓고 금권선거를 자랑.
이밖에 기상천외의 공약으로 폭소를 자아내는 경우도 많았는데 『당선되면 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전부 치료할 수 있다』(신장량·종로·정의), 『보신탕 자율화를 추진하겠다』(김중태·서울중구·민주), 『당선되면 중국관광단을 모집해 만리장성을 보여주겠다』(이승윤·인천북을·민정), 『머리털로 짚신을 삼아서라도 노인들을 위해 몸바치겠다』(이관형·동해·민주)는 등 공약도 가지가지였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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