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반에 퍼진 암호화폐 투자… 軍, 정신교육에 사이트 차단까지

중앙일보

입력

최근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군인이 늘어나고 있다.[중앙포토]

최근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군인이 늘어나고 있다.[중앙포토]

최근 군의 각 부대 지휘관들이 간부를 대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말라”는 내용의 정신교육을 시행 중이라고 조선일보가 1일 보도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군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일부 부대에서는 병사들이 이용하는 사이버지식정보방(부대 내 PC방) 컴퓨터에서 가상 화폐 거래 사이트 접속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군인의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제한 조치 마련을 예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가상 화폐 거래 등 인터넷에서 금전 거래하는 것은 업무에 지장을 주고 전투준비태세 확립에 방해가 된다. 훈련 간 군기 확립에도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부대 내 PC방’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음란 유해 사이트와 사행성 도박 사이트 등을 차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상 화폐(비트코인) 거래소 사이트’도 15일 이후 순차적으로 차단 예정”이라는 경고문이 뜬다.

최근 월급이 오른 병사들이 가상 화폐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병장 월급은 40만원 정도다. 사이트 접속은 막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투자를 완전히 막긴 어렵다. 장교나 부사관들은 개인 휴대전화로 투자할 수 있다. 병사들도 휴가 때 투자할 수 있다.

군 내부에서도 투자 금지 조치에 대해 혼란이 있다. 가상 화폐에 대한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사행성이 있는 불법행위와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군인들 사이에선 “금융권 종사자도 아닌데, 아예 접근하지 말라고 하니 불만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한다.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24시간 동안 가격이 요동치고 있어 일부 간부는 온종일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기도 하다. 군 입장에선 암호화폐에 관한 언론 보도나 정부 발표가 나오면 가격이 급등·급락해 투자자들은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고 훈련 등에도 지장을 받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병사들과 달리 개인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사회복무요원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기관에서 이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암호화폐 가격을 확인하느라 온종일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는 요원들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각 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가상 화폐 투자를 자제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