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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 - 김인식 감독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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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인식(사진) 감독은 아직도 승리에 배가 고프다. 2라운드 2승을 거두고도 한.일전에 박찬호 선발의 강수를 뒀고, 박찬호 이후에도 전병두-김병현-구대성-오승환을 빈틈없이 투입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 경기가 결승전인 듯 총력전을 펼치고, 단 한순간도 느슨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김인식 감독이 이번 대회에 6연승을 거두고 있는 밑거름은 우선 대회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데 있다. 그는 경기가 끝날 때마다, 경기를 앞두고서도 매일 "이번 대회는 리그전이지만 토너먼트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무슨 말인가. 페넌트 레이스에 익숙한 프로선수들이지만 이번 대회는 단 한 경기에 팀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경기 방식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1라운드 1차전 대만전부터 단 한 경기, 단 한 이닝, 단 한 타자도 소홀히 넘기지 않는 투수운용을 가져갔다. 그렇게 꽉 조여진 불펜 운용으로 경기를 꾸려갔기에 박빙의 승부에서 늘 승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미국이 선발투수진을 페넌트 레이스처럼 운용하다 캐나다.한국에 덜미를 잡힌 것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2라운드 1차전에서 멕시코를 꺾고나서 미국전에 쉬어가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결코 아니다. 쉬는 경기가 어디 있느냐. 승부는 언제나 이기기 위해 펼치는 전쟁"이라며 가볍게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이 스스로 "약한 팀에는 긴장해서 최선을 다하고, 강팀을 상대로는 편하게 최선을 다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한국은 대만.멕시코를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도 최선을 다했고, 열세로 여겨졌던 미국.일본에는 편하게 최선을 다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승리를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승부사 김인식 감독이 있었다.

애너하임=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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