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강하다...다시 웃는 쇼트트랙 대표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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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힘내기! 흔들리지 말기! 수키(석희) 생일 추카(축하)"

'코치 폭력 사태'로 마음 고생을 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 심석희(21·한국체대)가 다시 달린다. 덩달아 쇼트트랙 대표팀도 힘을 내고 있다.

심석희의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 사진을 찍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 [사진 김아랑 SNS]

심석희의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 사진을 찍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 [사진 김아랑 SNS]

여자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23·고양시청)이 30일 밤 늦게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여자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서로를 격려하는 말을 올렸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최민정(20·성남시청), 이유빈(17·서현고), 김예진(19·평촌고) 등이 활짝 웃고 있다. 그리고 최근 마음 고생을 한 심석희도 뒤에 서서 하얀 이를 드러내고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은 심석희의 생일이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을 끝내고 심석희의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남자 대표팀의 김도겸(25·스포츠토토)도 비슷한 시간 심석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화이팅#생축"이라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심석희는 지난 16일 A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이틀 동안 대표팀을 이탈했다 돌아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사건이 일어나고 9일 만인 지난 25일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를 열고 A코치를 영구제명 하기로 했다. A코치는 심석희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폭행했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그 전날 심석희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했다. 폭행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일체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동료들과 웃고 장난치며 가수 에릭 남의 축하공연에선 환하게 웃는 얼굴로 환호하기도 했다.

김선태 대표팀 총감독은 "심석희가 겉으로 티를 잘 내지 않고, 마음을 잘 추스르고 있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해 본인 때문에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걸 원치 않고 있다"고 했다.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서 쇼트트랙 대표팀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심석희 생일 축하하는 메시지를 올린 남자 쇼트트랙 김도겸(오른쪽). [사진 김도겸 SNS]

심석희 생일 축하하는 메시지를 올린 남자 쇼트트랙 김도겸(오른쪽). [사진 김도겸 SNS]

하지만 돌아온 심석희가 묵묵히 훈련에 전념하면서 쇼트트랙 대표팀도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23일 SNS 라이브를 통해 선수촌에서의 휴식 시간을 공개하고 팬들과 소통했다. 서이라(26·화성시청), 김도겸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이 "심석희 선수들을 응원한다"는 말에는 방긋 웃어주기도 했다.

임효준(22·한체대)는 올림픽 개막까지 10일을 남기고 있던 30일에는 SNS에 "팀 코리아 파이팅"이라는 문구와 함께 남자 대표팀 단체 사진을 올렸다. 아이돌 그룹처럼 다양한 포즈로 찍은 사진에는 응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체육계 관계자들은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갖는 심리적 압박감에 대해 우려했다. 쇼트트랙 종목이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수확한 금메달은 26개 중 무려 21개다. 하지만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쇼트트랙 대표팀은 1020 세대들의 특유의 발랄함으로 정면돌파하고 있다.

황승현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스포츠 심리학)는 "올림픽 개막 직전에 선수들의 불안함은 더욱 커진다. 거기다 안 좋은 일까지 터졌지만,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끼리 서로 위로해주면서 심리적 부담을 잘 넘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른들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큰 문제가 아니야'라고 계속 다독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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