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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 ‘스키점프 장인’ 가사이, 그가 날면 역사가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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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본 스키점프 가사이 노리아키는 불혹을 넘긴 나이(46세)에, 자신의 여덟 번째 겨울올림픽에 나선다. 평창올림픽 최고령 남자 출전 선수인 그는 ’50살이 넘어서도 선수로 뛰겠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일본 스키점프 가사이 노리아키는 불혹을 넘긴 나이(46세)에, 자신의 여덟 번째 겨울올림픽에 나선다. 평창올림픽 최고령 남자 출전 선수인 그는 ’50살이 넘어서도 선수로 뛰겠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92개국 2925명의 선수 중엔 올림픽에만 여덟번째 나서는 ‘장인(匠人)’이 있다. 1972년 6월6일생, 46세의 일본 스키점프 선수 가사이 노리아키다. 겨울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여덟번째 출전을 확정한 가사이는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힘찬 도약과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8번째 올림픽 역대 최다 출전 #은2·동1개 따 평창서 첫 금 도전 #“50세 넘어서도 계속 하고 싶다”

가사이는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남자 선수 중에 최고령이다. 여자 선수 중에선 1972년 2월22일생인 스피드스케이팅의 클라우디아 페흐슈타인(독일)이 가장 나이가 많다. 가사이의 첫 올림픽 출전은 26년 전이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평창 대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다. 평창올림픽 출전으로 그는 역대 겨울올림픽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우게 됐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 눈가엔 주름이 선명하다. 그래서 가사이는 선수들 사이에서 ‘스키점프계의 증조 할아버지’로 불린다. 그런데 기량은 오히려 웬만한 젊은 선수들보다 낫다. 지난해 12월 10일, 독일에서 열린 스키점프 월드컵에선 10위에 올랐고, 지난해 3월 노르웨이 월드컵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일본선수권에선 젊은 후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그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엔 만 41세 254일의 나이로 스키점프 개인전 라지힐 은메달을 땄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땄던 가사이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개인전에서 첫 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가사이는 “스키점프는 평생 하고 싶은 스포츠다. 50세가 넘어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사이 노리아키

가사이 노리아키

후배들도 ‘스키점프의 장인’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스키점프 세계 1위 카밀 스토흐(폴란드)는 “그 나이면 은퇴하고도 남을 법 한데 가사이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아직도 점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키점프 인기가 높은 핀란드와 폴란드에선 가사이를 위한 노래를 만들었을 정도다. 16세이던 1988년부터 월드컵에 출전했던 가사이는 지난 2016년 3월엔 통산 500번째 월드컵에 나서 단일 종목 월드컵 대회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그는 스키점프 선수로 활약하는 한편 2014년부터는 일본의 한 부동산 기업에서 주택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가사이가 불혹은 넘긴 나이에도 스키점프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역대 7차례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땄던 가사이는 “선수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었다. 그런데 여덟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평창올림픽에서의 목표도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가사이는 이번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일본 선수단 기수로 선정됐지만 바로 전날 경기를 치르는 일정 탓에 여자 스키점프 선수 다카나시 사라(22)에게 기수의 영광을 양보했다.

가사이는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도전을 꿈꾸고 있다. 그는 “40세가 됐을 때 내 목표는 50세까지 선수 경력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 삿포로가 2026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신청한다고 들었다. 만약 삿포로가 유치에 성공한다면 또다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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