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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 '비상소집' 文 대통령 "공무원 혁신의 대상 될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경고했다.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년도 장.차관 워크숍에 참석한 문재인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18.1.30 청와대사진기자단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년도 장.차관 워크숍에 참석한 문재인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18.1.30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장ㆍ차관 워크숍에서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각 부처와 소속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돼 과감하게 정부 혁신을 추진해주기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모든 부처의 장ㆍ차관을 불러모은 건 취임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비상 소집령’을 내린 이유는 최근 암호화폐, 영유아 영어교육 문제 등에서 드러난 부처 간 혼선과 관련이 있다. 박상기 법무장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 발언과 김상곤 교육부총리의 일방적인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발표는 거센 반발에 부딪힌 끝에 어정쩡한 보류 상태로 봉합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 “메달권이 아니다”라는 말로 설화(舌禍)를 빚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박상기 법무장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박상기 법무장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교롭게 정책 혼선에 가장 반발한 계층은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과 겹친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정책은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수요자가 외면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더는 통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책은 충분한 설득과 공감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각별히 명심해 달라”며 사실상 암호화폐와 영어교육 금지 발표로 촉발된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문 대통령은 또 “정책의 우선 순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을 정부의 최우선 역할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천과 밀양 화재 등을 언급하며 “2월에 있을 국가안전대진단부터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철저히 시행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를 위한 ‘안전진단 실명제’ 도입을 통한 책임 부과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김상곤 부총리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총리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구성과 관련 "메달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김 부총리는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를 발표했다 반발을 산 끝에 '보류'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중앙포토]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김상곤 부총리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총리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구성과 관련 "메달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김 부총리는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를 발표했다 반발을 산 끝에 '보류'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중앙포토]

그는 이어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바꾸기 위해 정부부터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뒤 “국민이 절실히 원하는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 만들기에 정부부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층의 공분을 샀던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와 관련해 “불법을 저지른 청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근본적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전수조사를 채용 비리를 비롯한 반칙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년도 장.차관 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년도 장.차관 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홍보는 상품의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라 친절하고 섬세한 안내서가 돼야 한다. 정책은 홍보로서 비로소 완성된다”며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장ㆍ차관 여러분이 다 함께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문재인 정부라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MB에 평창 초청장=청와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평창 겨울올림픽 초청장을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오후 2시 한병도 정무수석이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을 방문해 초청장을 전달한다. 이 전 대통령 측과도 일정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직 대통령 중 초청장을 받는 사람은 이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탄핵이 결정되면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상 전직 대통령 자격이 상실됐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 외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도 초청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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