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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규제 필요 있겠냐던 日, 유출사건 뒤 규제 강화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암호화폐 규제에 소극적었던 일본 정부가 ‘코인체크’ 해킹 사건을 계기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29일 코인체크에 업무개선 명령 안전관리 소홀 지적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시 ‘콜드 월렛’ 채택 여부 심사도 #업계도 피해 보상 기준 마련 등 자율적으로 규제 나서

일본 금융청은 이날 코인체크에 대해 지난 해 4월 개정된 자금결제법에 기반해 ‘업무개선명령’을 내렸다. 불충분한 안전 대책으로 고객의 자산을 유출한 것을 지적하고 재발 방지 및 안전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조치다. 지난 26일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580억엔(약 5659억원) 어치의 암호화폐 ‘넴(NEM, 뉴이코노미무브먼트)’이 해킹으로 유출되면서 약 26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지난 27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코인체크 와다 고이치로(和田晃一良) 대표(왼쪽)와 오오츠카 유스케(大塚雄介) 이사. [AP=연합뉴스]

지난 27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코인체크 와다 고이치로(和田晃一良) 대표(왼쪽)와 오오츠카 유스케(大塚雄介) 이사. [AP=연합뉴스]

이는 그동안 암호화폐가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기술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판단 하에 “규제를 강화하는 건 좋지 않다”고 봤던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한 것이다. 금융청 한 간부는 “이번 사태가 사회에 미치는 큰 영향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가능한 한 이용자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인체크는 28일 피해자들에게 1넴 당 88.5엔으로 계산해 총 460억엔(약 4500억원)의 피해액을 엔화로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상의 정확한 시점과 절차는 밝히지 않아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4월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골자로 자금결제법을 개정하고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곳의 거래소가 등록을 마치고 영업 중이다. 개정된 자금결제법에 따르면 일본 거래소들은 재무규제(최소자본금·순자산), 시스템 안전 관리, 이용자 보호 등의 의무를 진다. 코인체크는 아직 등록 절차를 완료하지 못했으나 정부의 임시 허가를 받고 영업 중이었다.

금융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암호화폐 거래소가 등록할 때 ‘콜드 월렛(Cold wallet)’ 등 적절한 안전 관리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심사할 계획이다. 콜드 월렛은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로 암호 화폐를 보관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에 해킹을 당한 코인체크는 이 방식을 차용하지 않고, 외부 네트워크와 접속한 채로 화폐를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앙포토]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앙포토]

업계도 자율 규제를 강화한다. 현재 ‘일본블록체인협회’와 ‘일본가상통화사업자협회’로 나뉘어져 있는 관련 단체를 하나로 통합해 안전 관리 및 피해 보상 등에 대한 규칙을 제정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금융청이 거래소를 관할하고 있으나 가격의 급등락이나 시장의 무질서 등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암호화폐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해킹 사건의 범인은 해외 서버를 경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코인체크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범인이 동유럽 등 복수의 외국 서버를 경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범인들은 코인체크의 관계자를 가장해 사이트에 불법 접속한 후 26일 새벽 수 차례에 걸쳐 가상화폐 ‘넴’을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찰도 ‘부정악세스금지법위반’ 혐의를 두고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 이번 사태가 형사 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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