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가회, 청불회, 기독신우회. 각각 청와대 내에서 가톨릭과 불교, 기독교 등의 종교 모임 이름이다. 종교를 매개로 한 친목 도모 성격의 모임이다. 하지만, 이 모임을 이끄는 회장은 청와대가 각 종교계와의 가교 구실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 내 종교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원인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초대 청가회장을 맡았다. 그러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대변인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청가회장에서도 물러났다.
그 자리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맡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주 윤 수석이 청가회장을 맡기로 결정됐다”며 “윤 수석이 과거에 종교 담당 기자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언제부터 가톨릭 교인이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윤 수석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박 대변인의 뒤를 이어 청가회장을 맡은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핵심은 그의 거취와 관련된 사안이다. 윤 수석은 이재명 현 성남시장이 경기지사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될 성남시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선거 출마 때문에 청가회장에서 물러난 자리를 윤 수석이 맡기로 한 데는 지방선거 때의 거취와 관련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지 않겠느냐”며 “윤 수석 본인 공식적으로 성남시장 출마에 대한 확답을 한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 (나가지 않는 쪽으로) 마음의 정리가 된 게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청가회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 만들어졌다. 각각 1992년과 1996년부터 활동해온 청불회와 기독신우회와 비교하면 출발이 늦다. 청가회가 결성된 데는 정치적 이유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자 가톨릭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당시 총무기획관을 초대 회장으로 청가회를 출범시켰다. 사실상 가톨릭에 손을 내미는 성격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내에서 가톨릭의 ‘입김’이 세졌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김정숙 여사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부산 영도의 신선성당을 다녔고, 문 대통령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티모테오’로 세례를 받았다. 김정숙 여사와 1981년 결혼식을 올린 곳도 이 성당이다. 지난해 5월 13일 청와대에 입성한 직후에는 홍제동 성당의 유종만 주임신부를 청와대로 불러 축복식을 부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왼손에 묵주 반지를 끼고 있다.
현재 청와대 핵심 인사 중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가톨릭 신자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입’을 담당하는 윤 수석이 청가회 회장을 맡으면서 청와대 내 입지가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공석이었던 청불회장직은 지난해 말부터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맡기로 했다. 하 수석의 청불회장 취임식은 오는 30일 오전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비롯한 각 종단 대표자들과 불교계 주요 인사들도 참석한다. 설정 스님은 하 수석에게 직접 지은 법명도 수여할 계획이다. 청불회는 30일 취임법회에 앞서 지난 15일 청와대에 청불회 지도법사를 초청해 새해 첫 정기법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유민봉(국정기획)ㆍ조윤선(정무)ㆍ최원영(고용복지)ㆍ우병우(민정)ㆍ허원제(정무) 당시 수석 등 청와대의 핵심 인사들이 차례로 청불회장을 맡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권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했던 기독신우회는 현재 회장이 없다.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이상 회장직을 공석으로 두다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회장을 맡았지만, 전 전 수석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무수석에서 물러나면서 다시 공석이 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