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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자식들이 싸우지 않게 유언할 방법이 없을까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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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의 이상가족(37)

저는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혼할 때 이미 아이들은 모두 결혼을 한 뒤였습니다. 딸아이는 아내와 사이가 좋았지만, 제게도 잘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저를 들여다봐 주었고, 손주들도 데리고 와서 저를 외롭지 않게 해줬습니다.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아들은 가끔 전화를 주고 찾아온다고 빈말을 합니다. 저도 며느리 눈치가 보여 그냥 고맙다고만 합니다.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네와 합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자필·공정·비밀·구수증서·녹음 등 5종류 #이 가운데 자필·공정증서가 가장 많아 #자식 유류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 작성

생각 같아서는 제가 사는 집을 포함해서 재산을 모두 딸아이에게 주고 싶은데 그러면 내가 죽은 후에 아들과 딸이 원수가 될지도 모른다니 가장 값어치가 나가는 집은 딸과 아들에게 반씩 주고 나머지 상가 하나는 딸에게 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대충 계산해보니 딸에게 3/5, 아들에게 2/5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고 보니 유언장을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유언장을 작성하고 나면 제 자식들이 싸우지 않고 이 아비 생각대로 나눠 가질까 그런 걱정이 생깁니다.

저도 소싯적에 사업하면서 민사소송을 두어 번 해보았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변호사는 분명히 이긴다고 했지만 재판하는 내내 어찌나 마음이 불안하던지요. 제가 잘못 유언을 하면 자식들이 긴 시간 싸운다는 말을 듣고 나니 유언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의 5종류가 있지만, 많은 분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거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합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에 대한 내용을 모두 적고 연월일, 주소, 성명을 적은 후 날인하여야 합니다(민법 제1066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려면 유언자가 증인 2명이 참여한 공증인 앞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하면 공증인이 이것을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확인하고 서명 또는 기명 날인하여야 합니다(민법 제1068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면 유언자가 사망한 후 유언서에 기재된 유언집행자가 유언을 쉽게 집행할 수 있습니다. 즉 사례자가 생각한 내용대로 등기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증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면 유언을 집행하는 절차가 쉽지만 공증인을 만나야 하고 재산 가액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는데,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 있으면 이 유언서를 보관한 자나 발견한 자는 유언자가 사망한 후 바로 가정법원에 유언장을 제출하여 그 검인을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1091조 제1항).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 있으면 이 유언서를 보관한 자나 발견한 자는 유언자가 사망한 후 바로 가정법원에 유언장을 제출하여그 검인을 청구해야 한다. [중앙포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 있으면 이 유언서를 보관한 자나 발견한 자는 유언자가 사망한 후 바로 가정법원에 유언장을 제출하여그 검인을 청구해야 한다. [중앙포토]

유언검인은 유언장의 성립과 존재를 명확히 하는 절차이고, 가정법원에서 검인절차를 밟았다고 하여 무효의 유언이 유효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 검인했더라도 그 유언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례자가 자필 증서 유언서를 작성한 후 아들이 유언의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아 가정법원의 검인절차에 출석하여 아버지 필체인지 불확실하고 유언서 내용과 같이 집행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거나 나중에 딸에게 등기이행에 필요한 동의서를 작성해 주지 않는다면 딸로서는 사례자 유언의 내용대로 바로 등기절차를 이행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딸(또는 자필유언증서에 기재된 유언집행자)은 아들을 상대로 유언효력확인의 소나 포괄적 수증자 지위 확인의 소 등을 제기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다음, 이를 부동산 등기규칙 제46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의 첨부정보로 제출하여 유언에 의한 증여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4277 판결 참조).

따라서 자필증서로 유언을 남기시려면 사례자가 생각하는 내용의 유언서를 작성했을 때 자식들이 모두 수긍할 것이라고 판단될 때 하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공정증서 방식에 따라 유언을 하시더라도 상속인들에게 유류분 부족분이 있다면서 유류분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사례자가 생각하는 유언의 내용이 혹시 어떤 자식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보시고 법이 정한 유언의 방식에 따라 유효한 유언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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