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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먼저 불붙은 지방선거…라디오스타·어쩌다어른 등 잇따라 출연

중앙일보

입력

6·13 지방선거의 경쟁이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뜨거워지고 있다. 위에서부터 ‘라디오스타’에 나온 박원순 서울시장, ‘썰전’에 나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썰전’에 나온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화면 캡처]

6·13 지방선거의 경쟁이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뜨거워지고 있다. 위에서부터 ‘라디오스타’에 나온 박원순 서울시장, ‘썰전’에 나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썰전’에 나온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화면 캡처]

6·13 지방선거의 경쟁이 안방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 도전할 후보군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출연하고 있어서다.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tvN의 ‘어쩌다 어른’을 녹화할 예정이다. 사회 저명인사가 특강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예능형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만큼 방송기자를 거쳐 정치인으로 입문해 걸어온 길을 시청자에게 유쾌하게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스스로를 ‘MJ(정몽준 전 의원)계’와 ‘보수’로 소개한 가수 김흥국과 함께 게스트로 나온 박 시장은 김흥국의 과거 히트곡 ‘호랑나비’를 듀엣으로 부르는 등 ‘노잼’(재미가 없다는 뜻의 속어) 이미지를 벗으려 노력했다.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했다. 우 의원은 방송에서 영화 ‘1987’이 다룬 고(故) 이한열씨에 대해 얘기했다.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던 우 의원은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이던 이한열씨가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최루탄에 맞아 숨진 뒤 열린 영결식에서 그의 영정 사진을 들었다. 지금은 연예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안내상ㆍ우현과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의 인연도 소개했다.

여야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경기지사 후보군은 아예 같은 프로그램에 나란히 출연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서로 비판을 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남경필 현 경기지사와 민주당 소속 이재명 현 성남시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썰전’에 동시 출격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9월 하차하기 전까지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SBS ‘동상이몽’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썰전’에서 남 지사는 이 시장의 대중적 인기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데 대해 “아무래도 같이 예능에 나갈 파트너가 없다. S본부(SBS) ‘동상이몽’에 나가야 되는데 그게 영향이 큰 것 같다”며 자신의 이혼 전력을 ‘셀프 디스’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공개한 군 시절 사진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공개한 군 시절 사진 [화면 캡처]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큰 선거를 앞두고 유명 정치인에 대한 시청자의 호기심이 커질 때면 방송사와 정치인 모두 ‘윈-윈’하는 전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2012년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에 당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금은 폐지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연쇄 출연한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프로그램에 나와 특전사 시절 상의를 탈의한 채 찍은 건강미 넘치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그 동안의 삶에 대해 얘기했고, 이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르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인의 예능 출연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도 뒤따른다. 예능 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와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는 TV 출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박원순 시장의 ‘라디오스타’ 출연에 대해 김석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자유한국당 추천 몫)은 24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지방선거 유력 후보가 인기 방송에 나오면서 다른 출마자와의 경쟁을 막고 방송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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