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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 이상득 전 부의장, 눈 질끈 감고 검찰 출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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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26일 오전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26일 오전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명박 정부(2008~2013년)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3) 전 국회부의장이 26일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 24일 점심 식사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이틀 만이다. 2015년 10월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지 2년 3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또 조사를 받게 됐다.

구급차로 도착…휠체어에 회색 모자 차림 #"혐의 인정"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검찰, 특활비 수수 경위 집중 추궁 전망 #전날에는 MB 처남댁도 소환해 조사

이 전 부의장은 이날 오전 10시20분쯤 구급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회색 모자에 목도리 차림이었다.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에 몸을 싣고 포토라인에 선 그는 "특활비 수수 혐의를 인정하느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퇴 압박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받은 것인가"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촬영 세례가 이어지는 동안 눈을 질끈 감은 채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이 전 부의장의 건강상태는 온전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쪽 눈은 실명 상태고 다른 쪽 눈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떨어졌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 전 부의장을 상대로 특활비 수수 경위와 사용처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 전 부의장이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인 2011년에 원세훈 전 원장 측으로부터 1억여원의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특활비가 청와대를 거치지 않고 이 전 의원에게 '뇌물' 성격으로 직접 전달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원세훈(사진 왼쪽) 전 국정원장과 이상득 전 부의장. [중앙포토]

원세훈(사진 왼쪽) 전 국정원장과 이상득 전 부의장. [중앙포토]

검찰은 이 돈이 건네질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국정원 직원이 침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 전 원장의 사퇴 요구가 나왔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이같은 위기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당시 실세로 불렸던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2012년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또 2015년 포스코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원의 상고로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검찰은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을 잇따라 소환하면서 다스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특활비 유용 의혹 등 두가지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다스 수사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댁인 권영미(60)씨는 지난 25일 12시간 가까운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권씨는 다스의 대주주(지분 49%)였던 고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권씨는 2010년 남편이 사망하자 상속세를 다스 지분으로 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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