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용진의 '깜짝 놀랄' 발표는 '온라인 1조원 이상 투자 유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깜짝 놀랄’ 발표는 ‘온라인 사업 1조원 투자 유치’였다. 신세계그룹은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과 이커머스 사업을 위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미국계·홍콩계 투자사와 '1조원 이상' 3자 MOU #이마트·백화점 온라인 물적분할 후 신설 법인 #신세계 대규모 투자 나서면 업계 판도 흔들릴 듯 #신세계 주가도 급등…이마트 등 10~17% 뛰어

투자사는 미국계 BRV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홍콩계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로 투자 규모는 ‘1조원 이상’이다. 정 부회장은 SK의 오픈마켓 11번가 인수설이 불거진 지난해 8월 “연말께 깜짝 놀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가 그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2곳의 투자사가 1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3자 MOU”라며 “신세계가 운영하는 쓱닷컴 실사와 국내 온라인 시장 등을 살펴본 후 정확한 투자금액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세계그룹 차원에서도 물류센터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해 향후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 규모는 1조원 플러스 알파”라고 말했다.

BRV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페이팔의 최초 기관투자가로 알려졌다. 페이팔은 미국 최대 오픈마켓인 이베이의 결제 시스템으로, 신용카드로 본인을 인증하고 e메일 계정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2015년 쿠팡이 로켓배송에 매료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받은 바 있다. 이후 쿠팡은 물류센터를 대거 늘리며 덩치를 키웠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조9000억원으로 2015년(1조1300억원)보다 세 배가량 늘었다.

신세계도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 증설과 신세계몰이 취급하는 해외 명품 고급화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 1위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뉜 온라인 사업부를 물적 분할 합병한 후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 회사를 설립한다. 하나로 합한 온라인 유통 채널을 그룹 내 핵심으로 키워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반면 기존에 검토한 경쟁 기업 인수합병(M&A)은 멀어진 셈이다.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은 지난해 각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24% 넘는 매출 신장을 기록할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세다.

신세계 온라인몰 쓱닷컴. [사진 신세계]

신세계 온라인몰 쓱닷컴. [사진 신세계]

신세계 관계자는 "신설되는 온라인 사업 별도 법인은 올해 내 출범이 목표이며 법인명·조직 등은 곧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2023년에는 매출 규모를 현재의 5배인 10조원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커머스 강자는 G마켓·옥션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다.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약 13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11번가가 9조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온라인마켓 매출은 70조6108억원이다.

신세계가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하자 업계는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1조원 이상이 들어온다면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 수 있는 큰 금액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오픈마켓에서는 네이버 쇼핑이 급성장하고 리테일에서는 신세계가 대규모 투자를 예고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각자의 특장점을 살린 킬러 콘텐트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도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 투자 소식에 신세계와 이마트의 주가도 급등했다. 26일 이마트 주가는 전날보다 15% 오른 29만4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신세계는 9.8% 오른 34만500원, SSG페이를 운영하는 신세계I&C는 29.9% 오른 11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