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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는 나의 힘' … 억대 연봉 받는 보험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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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영숙(31)씨는 전화 하나로 억대 연봉을 받는다. 그의 직업은 신한생명 텔레마케터다. 박씨는 하루 평균 5시간30분씩 고객과 통화하며 보험상품을 팔고 있다. 회사 규정에 따르면 하루 3시간30분 정도만 일하면 되지만 그는 2시간이나 더 일한다. 그가 하루에 통화하는 고객은 평균 140여 명이다.

이런 억척스러움 덕분에 그가 지난해 판매한 보험 상품이 1026개나 된다.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회사에 납부한 돈(수입보험료)도 5억원을 넘어선다. 주 5일 근무하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4개씩 판매한 셈이다. 하루에 2개 정도 판매하는 보통 텔레마케터보다 실적이 두배 가량 좋다. 이같은 실적으로 그는 15일 하얏트리젠시 인천호텔에서 열린 신한생명 영업대상 시상식에서 텔레마케팅 부문 '보험왕'에 올랐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1남5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박씨는 중학교를 마친 뒤 상경했다. 직장에 다니던 큰언니 밑에서 서울여상을 졸업했다. 대형 제화회사에서 6년(사무직)을 일하고 패션쇼핑몰에서 채권추심 업무를 4년 동안 맡았었다.

2003년 9월 "채권 추심을 해봐서 사람들 심리를 잘 알 테니 보험 텔레마케팅을 함께 해보자"는 둘째 언니의 권유로 보험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입사 6개월 만에 우수사원상을 받은 그는 2005년 금상, 올해엔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보험왕에 올랐던 둘째 언니 박희숙씨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보험왕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영숙씨는 최근 막내 동생에게까지 텔레마케팅 업무를 권유해 요즘엔 세 자매가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전라도 사투리가 심했던 박씨는 입사 초기 사투리와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고객들이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란다. 가장 좋은 동료이자 경쟁자인 둘째 언니와 늦은 밤까지 볼펜을 입에 물고 발음 교정훈련을 했다. 이렇게 해서 고객에게 해야 할 말을 정확히 발음할 수 있게 됐다.

주로 주부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그는 오전 시간대가 성공률이 높다고 했다. 남편들이 출근하고 난 다음 여유있을 때 전화하면 고객의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전화를 걸었을 때 고객이 "바쁘다"고 짧게 말하면 진짜로 바쁜 것이기 때문에 다음 시간 약속을 잡고 바로 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고객이 상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 '관심있다'는 의사 표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설명한다고 했다.

미혼인 박씨는 "이 직업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확하게 대가가 나와서 좋다"며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 어려움을 당해 보험의 도움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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