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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특파원 하루 만에 풀려나… 김선일씨 사건 후 중동외교 힘쓴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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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KBS 용태영 특파원이 하루 만인 15일 가자지구의 한 경찰서에서 풀려나고 있다. 용 특파원은 이곳에서 이스라엘 주재 한국 대사관 직원에게 인계돼 이스라엘로 이동했다. [가자시티 AFP=연합뉴스]

KBS 용태영 특파원이 피랍 24시간 만에 신속히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정치적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 외교부는 피랍 직후 이규형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긴급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주 이스라엘 대사관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았다. 특히 납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의 협상을 간접 지원하는 등 외곽 외교를 병행했다.

외교부의 이 같은 신속 대응은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사건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씨 사건 이후 대중동 외교 채널을 강화한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는 처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방문했던 반기문 장관은 사건 직후 알키드와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 요청을 했다. 최영진 주 유엔대표부 대사는 감바리 이브라힘 유엔사무차장에게 "용 특파원 석방을 위해 유엔이 조치를 취해 달라"고도 했다.

여기에 한국이 그동안 중동 정권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데다 사건 직후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도 석방에 한몫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하마스 주도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원조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1월 총선에서 자치정부의 정권을 잡은 하마스는 원래 무장단체여서 팔레스타인 내 무장대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지난해 2월 이후 외국인 납치를 일종의 투쟁 수단으로 삼으면서도 외국인은 해치지 않았다. 이들은 피랍장면을 AFP통신 측에 촬영하게 해주는 등 철저히 정치적인 행동을 보였다. 납치사건으로 쏠린 언론의 관심을 PFLP의 전 지도자 아메드 사다트의 석방이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이용한 것이다.

박승희 기자,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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