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상적자 8049억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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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미 상무부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2249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3분기(1854억 달러)보다 21%나 늘어난 것이며, 월가 예상치(2180억 달러)도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의 경상 적자는 8049억 달러를 기록,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 적자도 문제지만 재정수지 적자도 심상치 않다. 10일 미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2월 재정수지 적자는 1192억 달러로 1년 전의 사상 최대치인 1140억 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허리케인 피해 복구비 지출이 확대될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적자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적자 폭이 예상을 뛰어넘자 미 정부의 움직임도 급박해졌다. 증세와 긴축은 물론 대 중국 개방 압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늘어나는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9일 상원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재정적자 문제가 매우 우려된다"며 "세금을 올리거나 지출을 억제하는 방안 또는 이 둘을 조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이번 주 예정된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의원들을 상대로 부채 한도를 늘려달라고 긴급 설득 작업에 나섰다. 미 정부 부채가 의회가 승인한 한도(8조1800억 달러)를 거의 채웠기 때문이다. 스노 장관은 14일 "의회가 재정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이번 주 중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미 연방정부가 현금 고갈이라는 대재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하면 미국이 사상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였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전체 적자액의 30%에 육박하는 2016억 달러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미 상무장관은 14일 "중국이 무역 흑자를 알아서 줄여 주길 기다리기엔 미국의 인내심이 거의 바닥났다"며 "경제적 마찰을 야기한 중국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위안화 절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대중 무역 적자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앞서 10기 전국인민대표회의 4차 회의 폐막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자율 기능에 따라 위안화 환율이 정해지도록 할 것"이라며 "인위적 위안화 가치 조절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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