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상선 기자 ]
◆프로 정신을 가져라=처음 한국으로 와서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이 지나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동양 여성으로서 난 미국에서 인정받기 위해 남보다 세 배 이상 노력해야 했다. 그런데 한국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종의 공주병이랄까…. 가정에서 경제권을 쥐고 있고 직장에선 '레이디 퍼스트'를 주장한다. 그러나 권리를 찾는 것 만큼 책임 의식은 없는 것 같다. 힘든 일에는 나서기 싫어하면서 중요한 일에 자신을 빼놓으면 차별이라고 발끈한다. 아직도 직장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몸을 낮추고 실적을 훨씬 많이 내야 주목을 받는다. 실적을 내도 끝이 아니다. 사내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공을 가로채려는 사람들도 있고 여자라서 언제든지 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여성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 우물을 파야 한다. 경기가 불안할수록 전문가가 돼야 한다.
◆두리번거려라=많은 여성들이 일에 파묻힌 나머지 자기가 일하는 분야를 넓게 보지 못한다. 업계의 흐름을 놓치는 것이다. 업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특히 경쟁 업체를 주시하라. 어떤 업계든 부침이 있다. 당신이 몸 담은 업계가 성장 산업이라면 그 흐름을 타면 된다. 일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당신이 사양산업이나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 몸 담고 있다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섬유업은 한국에선 성장성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업계에서 성장성이 있는 틈새 시장은 분명히 있다. 기술이 집약된 고기능성 섬유 시장 등은 한국도 경쟁력이 있다. 그런 틈새 시장을 파고 들거나, 아니면 빨리 다른 업계로 옮겨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자신이 하는 일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을 갖고 일을 한다. 나는 증권회사에서 가장 힘든 분야로 꼽히는 법인영업을 했다. 하지만 세 가지 이유로 항상 일을 즐겼다. 유럽.미국의 대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일한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웠다. 또 나의 실적이 매일 매일 수치로 나타나는 걸 즐겼다. 견딜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는 게 좋다.
◆꿈은 높게, 시작은 낮게=내가 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외국어가 능통하다고 해서 시작이 쉬웠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도 밑바닥에서 시작했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우연한 기회에 증권 회사에 들어갔다. 준비가 덜 됐다. 그래서 하루에 6시간 이상 자지 않고 공부했다. 하루 하루 잘리지 않고 살아 남으려다 보니 부사장까지 올랐다. 목표를 세웠다면 여러 계단을 한꺼번에 오르려 하면 안 된다. 아는 사람이 빚까지 내면서 크게 사업을 시작하다 망했다. 처음 부터 높게 시작하면 풀기 어려운 난관이 기다린다.
◆국제적인 인재가 돼라=한국은 사실상 섬 나라다. 분단국이기 때문이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외국에 더 크고 많은 기회가 있다. 회사의 연수나 유학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시간을 내서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외국어도 배워야 한다. 영어는 기본이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스스로 영어를 꽤 한다고 생각하지만, 입을 잘 떼지 못한다. '하루에 단어 하나 외기'등 구체적인 하루 공부 일정을 짜라.
글=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이정숙 교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외환은행에 일하던 아버지의 해외 근무지에서 성장했다. 유럽.미국 등지에서 공부했다. 미국 웰레슬리 대학에서 정치학을, 밥슨 칼리지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다녔다. 한국어.영어.불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하다. 2000년에 업계를 떠났고 2004년부터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경영 커뮤니케이션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