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굿바이! 공주병 … 꿈은 높게 시작은 낮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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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사진=김상선 기자 ]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이정숙(47) 교수는 '성공한 여성'으로 꼽힌다. 1987년 한국 여성으론 드물게 미국 월스트리트에 진출해 증권 세일즈우먼이 됐다. 6년 만에 '베어링 증권' 부사장으로 고속승진을 했다. 이후 프랑스 계열의 '크레디 리요네'증권사의 이사로 전직해 서울 지점을 열었다. 그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으며,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쌓은 경험을 정리한 '지혜로운 킬러'(갤리온 출간)란 책을 펴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한 내 이야기에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베어링증권에서 부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나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해 보너스를 덜 받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한다. 8일 취업포널 잡코리아가 주최한 구직 대학생 특강에서 '내 인생의 가장 멋진 첫인상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등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다. "한국 여성 직장인들은 좀더 프로 근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는 이 교수가 제시한 '여성 직장인 성공포인트'를 정리했다.

프로 정신을 가져라=처음 한국으로 와서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이 지나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동양 여성으로서 난 미국에서 인정받기 위해 남보다 세 배 이상 노력해야 했다. 그런데 한국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종의 공주병이랄까…. 가정에서 경제권을 쥐고 있고 직장에선 '레이디 퍼스트'를 주장한다. 그러나 권리를 찾는 것 만큼 책임 의식은 없는 것 같다. 힘든 일에는 나서기 싫어하면서 중요한 일에 자신을 빼놓으면 차별이라고 발끈한다. 아직도 직장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몸을 낮추고 실적을 훨씬 많이 내야 주목을 받는다. 실적을 내도 끝이 아니다. 사내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공을 가로채려는 사람들도 있고 여자라서 언제든지 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여성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 우물을 파야 한다. 경기가 불안할수록 전문가가 돼야 한다.

두리번거려라=많은 여성들이 일에 파묻힌 나머지 자기가 일하는 분야를 넓게 보지 못한다. 업계의 흐름을 놓치는 것이다. 업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특히 경쟁 업체를 주시하라. 어떤 업계든 부침이 있다. 당신이 몸 담은 업계가 성장 산업이라면 그 흐름을 타면 된다. 일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당신이 사양산업이나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 몸 담고 있다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섬유업은 한국에선 성장성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업계에서 성장성이 있는 틈새 시장은 분명히 있다. 기술이 집약된 고기능성 섬유 시장 등은 한국도 경쟁력이 있다. 그런 틈새 시장을 파고 들거나, 아니면 빨리 다른 업계로 옮겨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자신이 하는 일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을 갖고 일을 한다. 나는 증권회사에서 가장 힘든 분야로 꼽히는 법인영업을 했다. 하지만 세 가지 이유로 항상 일을 즐겼다. 유럽.미국의 대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일한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웠다. 또 나의 실적이 매일 매일 수치로 나타나는 걸 즐겼다. 견딜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는 게 좋다.

꿈은 높게, 시작은 낮게=내가 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외국어가 능통하다고 해서 시작이 쉬웠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도 밑바닥에서 시작했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우연한 기회에 증권 회사에 들어갔다. 준비가 덜 됐다. 그래서 하루에 6시간 이상 자지 않고 공부했다. 하루 하루 잘리지 않고 살아 남으려다 보니 부사장까지 올랐다. 목표를 세웠다면 여러 계단을 한꺼번에 오르려 하면 안 된다. 아는 사람이 빚까지 내면서 크게 사업을 시작하다 망했다. 처음 부터 높게 시작하면 풀기 어려운 난관이 기다린다.

국제적인 인재가 돼라=한국은 사실상 섬 나라다. 분단국이기 때문이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외국에 더 크고 많은 기회가 있다. 회사의 연수나 유학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시간을 내서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외국어도 배워야 한다. 영어는 기본이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스스로 영어를 꽤 한다고 생각하지만, 입을 잘 떼지 못한다. '하루에 단어 하나 외기'등 구체적인 하루 공부 일정을 짜라.

글=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이정숙 교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외환은행에 일하던 아버지의 해외 근무지에서 성장했다. 유럽.미국 등지에서 공부했다. 미국 웰레슬리 대학에서 정치학을, 밥슨 칼리지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다녔다. 한국어.영어.불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하다. 2000년에 업계를 떠났고 2004년부터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경영 커뮤니케이션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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