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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상생경영] 왜 상생 협력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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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호 전경련 상근 부회장

최근 우리 경제의 중요 관심사 중 하나가 상생 협력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은 왜 필요한가. 우리 기업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협조가 필수불가결하다. 수출 주력 산업에서 중소기업들의 부품이나 기술 수준이 미흡하면 곧바로 그 산업의 국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동반 성장(win-win)하기 위해서 상생 협력은 필요충분 조건이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항상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오랫동안 지속된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판매부진, 인력난과 자금조달의 어려움, 가파른 원화가치 상승과 유가 상승 등 대내외 악재들이 겹쳐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악화됐다.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외환위기 이전 6%에서 2004년에는 4.5%로 하락했다.

이런 어려움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문제가 누적된 데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어려움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보기술(IT) 혁명 및 기술혁신, 글로벌화로 무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내수 시장에 머물러 국내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경영난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은 "오늘날 세계경제는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에 이어 세번째 경제 혁명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 및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고유의 경쟁력과 핵심역량을 갖지 않고서는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생존을 판가름하는 것은 핵심역량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문제로 모아진다.

대.중소기업 상생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전경련과 삼성.LG.현대자동차.포스코 등은 215억원의 대.중소협력기금을 조성해 '중소기업센터'를 발족했다. 상생 협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하고, 상호 동반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센터는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 공유, 부품소재 기술개발 및 사업화 지원 등의 사업을 활발히 펼쳐나갈 것이다.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 및 협력기반 구축이다. 이를 바탕으로 부품 공동개발과 기술협력, 인력교류, 판로개척 등의 다각적인 협력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상생 협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쪽 모두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시장에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현안인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다.

조건호 전경련 상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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