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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상생경영] 협력이 경쟁력…기술 주고 성과 나누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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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의 새 패러다임=최근 상생 경영이란 단어가 주목받게 된 것은 한국 사회 최대의 과제로 떠오른 양극화 해소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상생 경영이 부각되고 있다.

대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상생 경영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별 기업 간 경쟁은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변했다. 협력 중소기업의 든든한 뒷받침이 없으면 대기업도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상생이란 말이 본격적인 울림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해 5월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간담회'였다. 이 모임 이후 상생 경영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실천 방안이 본격적으로 수립됐다. 재계 대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소기업협력센터를 설치하고, 상생 경영 우수업체를 포상하는 등 독려에 나섰다.상생이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 것은 대기업 경영 모토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은 '상생과 나눔의 경영' 현대자동차는 '상생투명경영' LG는 '정도경영' SK는 '행복 동반자경영' 등을 내걸었다. 이들 기업은 이 같은 경영 모토를 각 계열사에 전파해 계열사들도 상생 경영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 성과 거두기 시작한 상생=대기업의 협력업체 지원은 크게 3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현금 결제 확대 ▶자금 지원 ▶기술 이전 및 공동개발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10대 그룹이 협력업체의 기술.인력, 경영, 정보화.마케팅 지원에 투자한 규모는 2004년 6406억원에서 지난해 8317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중소기업으로부터 구입한 제품 물량도 63조원대에서 70조원대로 증가했다. 올해는 협력업체 상생 투자 규모가 1조원 가까이 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기업의 노력도 활발하다. SK텔레콤은 협력업체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3G 리얼리티 센터' 등 통신장비 개발 시험검사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품질개발 지원, 신기술 이전 등을 위해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직업훈련 컨소시엄을 2차 협력업체 2000곳으로 확대했다.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심해 원가 절감, 품질 향상, 신제품 개발 등의 성과를 이뤄내면 이를 적절한 방법으로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도 확산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10대 그룹과 제조업 중심으로 운영되던 '성과공유제 확산협의회'를 올해엔 30대 그룹과 서비스업까지 대상을 넓혀 운영할 계획이다.

◆ 아직은 '2%'가 부족=상생 경영 바람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관행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선 여전히 중소기업의 피해의식이 남아있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직도 41.7%의 중소기업은 상생 협력 노력이 일회성 행사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진정한 상생관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응답도 15.8%나 됐다. 대기업과 거래 때 불만사항으로는 ▶과다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47.4%) ▶환율.원자재가격 등 경영부담의 일방적 전가(20.6%) ▶주문물량의 급격한 축소(17%) 등이 지적됐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자금을 지원 받은 후 간섭이 심해져 항의하자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거래 관계를 끊어 버려 존폐의 기로까지 간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중간 통로인 협력사협의회의 경우도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기업에 전달하는 창구라기보다는 대기업의 지시사항을 중소기업에 전달하는 압력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상생 협력의 불씨 점화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그러나 40~50년간 굳어버린 거래 관행을 바꾸기 위해선 모처럼 마련된 상생 분위기를 지속시킬 제도화가 관건이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금 지급방법 개선이나 단가 조율 등 표피적 문제 해결에 그쳤던 대기업의 상생 노력이 앞으로는 공동 기술개발이나 해외마케팅 지원, 투명한 정보 공유 등 협력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상.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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