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현대·기아차 미국행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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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cellpadding="0" cellspacing="0" border="0"><TR><TD colspan="2" valign=top style="line-height:20px;">일본의 혼다자동차가 13일 일본 국내에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혼다로선 30년 만이다. 도쿄에서 100㎞ 떨어진 사이타마(埼玉)현에 300억 엔(약 2700억원)을 투자해 엔진과 조립공장을 올 하반기에 착공한다.

혼다는 해외 생산 비중이 63%, 해외 판매가 80%에 달하는 기업이다. 혼다의 발표로 일본 열도는 잠깐 흥분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규슈(九州) 공장에 연산 10만 대 규모의 렉서스 공장을 증설했다. 340억 엔을 투자해 후쿠오카(福岡)현에 지은 새 엔진공장은 올 1월부터 가동했다.

일본 업체들이 해외에서 일본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이렇다. 1990년대 이후 파업을 찾아볼 수 없는 안정된 노사관계와 양질의 노동력, 그리고 비싸기만 했던 각종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여론의 영향도 있다.

여기에 지자체들이 고용을 늘리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을 앞다퉈 제공하고 있다. 도요타는 앞으로도 전체 판매량의 60% 이상을 일본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한다. 국내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일본에서 만든 차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혼다가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그날, 한국에선 기아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하고 주 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기아차 최순철(기획실장) 부사장은 "환율 하락 등 외부 변수에 대비하려면 현지 생산은 필수"라며 "한국 내 산업공동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노사 화합, 토지 무상 제공, 세금 감면 등 투자 여건이 너무 좋아 이곳을 입지로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남부의 싼 노임과 회사 방침에 협력하는 근로자의 태도가 부지 선정의 중요한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2000년 이후 현대.기아차는 국내 공장을 거의 늘리지 않고 있다. 물론 새로 지은 공장도 없다. 그러나 해외 공장은 현재 5곳이고, 올해 말에는 7곳으로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이 밖으로만 나가는 것은 해외에 비해 나쁜 국내 투자 여건 때문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하는 노조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발표 기사를 쓰고 싶은 것이 기자만의 희망은 아닐 것이다.</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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