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극 타임캡슐에 文 대통령 영상 담겼다…30주년 맞은 남극 세종과학기지 성과는?

중앙일보

입력

세종과학기지 전경. [자료 해양수산부]

세종과학기지 전경. [자료 해양수산부]

 남극은 미지의 땅이다.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따라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평화적 이용을 위한 과학 조사와 국제협력만이 허용된다. 한국이 남극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해 본격 진출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24일 준공 30주년 기념식 킹조지섬에서 진행 #文,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인류 이롭게" #전세계에서 18번째 상설기지 개설한 지 30년 #후발주자서 남극 연구 선진국으로 발돋움

 해양수산부는 23일(현지시간) 남극 킹조지섬에 있는 세종기지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참석해 최초 월동대장을 역임한 장순근 연구원 등 공로자 9명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칠레·러시아 등 세종과학기지 인근에 위치한 주변 국가 기지 대표들에게도 감사패를 전했다. 그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성공적 기지 운영을 도와준 나라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남극 현지에 축하 인사를 전했다. “기후변화 예측과 생태계 연구, 미래 자원 개발을 위해서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극지인 여러분께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드린다”며 “세종기지 준공 30주년을 계기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세종기지의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은 물론 인류를 널리 이롭게 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영상메시지가 저장된 이동식저장장치(usb)는 이날 남극 동토에 매립된 세종기지 준공 30주년 타임캡슐에 담겼다. 월동연구대원 물품·사진 및 축하영상들과 함께 남극 연구 진출 및 성과를 기리기 위해서다. 매립된 타임캡슐은 세종과학기지준공 100주년이 되는 2088년에 개봉된다. 허만욱 해수부 해양개발과장은 “극지 개척정신을 미래세대에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 30여년간 남극 연구 선진국으로 발돋움해왔다. 1986년 전 세계에서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하고 2년 뒤인 1988년 2월 17일 세종기지를 건립했다. 이듬해에는 세계에서 23번째로 ‘남극조약협의당사국’ 지위를 획득했다. 남극조약협의당사국은 남극조약 가입국 중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 지위로, 남극 관련 연구실적 등이 있어야만 참여할 수 있다.

 세종기지 건립 당시 한국은 남극에 상주기지를 운영하는 18번째 나라였다. 13명의 적은 인원으로 개소했지만 이후 인터넷 개통(1999년), 생활동 신축(2009년) 등을 통해 시설과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올해에는 5년간의 재건축·보수보강을 통한 신축연구동 준공이 마무리됐다. 준공 후 지금까지 31차에 걸친 월동연구대 450여명을 포함해 총 3000여명의 연구·조사단이 세종기지를 방문했다.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이 남극 해상에서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료 해양수산부]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이 남극 해상에서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료 해양수산부]

 지난 2014년 제2남극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가 건립되면서 한국은 명실공히 남극 연구 선두주자가 됐다. 전세계에서 남극상설기지를 2곳 이상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 중국을 포함해 10곳 뿐이다. 장보고과학기지(남위 74도)는 세종기지(남위 62도)보다 남극 중심에 더 가까운 위치에 세워진 게 특징이다.

 30년간의 세종기지 연구성과 중 가장 괄목할만한 것은 지난 2003년 ‘불타는 얼음’이라고 불리는 미래자원 가스하이드레이트 대규모 매장지역을 발견한 일이다. 국내 천연가스 연간소비량(약 3000만톤)의 200배 규모인데, 국제협약에 따라 2048년까지 개발이 제한돼있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남극에서 새로 발견해냈다는 의미는 크다. 중국, 일본의 경우 현재 자국 영해 내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발굴해 상용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종기지에서는 또 남극생물들로부터 항산화 활성력 뛰어난 라말린(Ramalin) 물질을 새롭게 분리해내 노화방지 화장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생태적으로는 11종의 남극 고유생물을 새롭게 찾아내 국제사회에 알렸다. 세종기지 인근 펭귄거주지(세종기지 2km 남방)는 한국 제안에 따라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한국 연구진이 이 지역에 서식하는 펭귄들(젠투펭귄, 턱끈펭귄)의 생태를 연구해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세종기지 앞을 찾아온 팽귄들. [자료 해양수산부]

세종기지 앞을 찾아온 팽귄들. [자료 해양수산부]

 온난화 관측 등 기후 탐사에도 국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종기지는 1989년 세계기상기구(WMO)의 정규 기상관측소로 지정됐다. 하루 4회 기상정보(기온ㆍ풍속 등)를 국제사회에 제공한다. 2010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 기후변화 지표를 관측하는 지구대기감시(Global Atmospheric Watch) 관측소로도 지정돼 기후변화 예측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남극대륙 2500m 깊이에 형성된 ‘빙저호’를 세계 최초로 탐사할 계획이다. 빙저호는 빙하 하단이 녹아 땅 아래 생긴 호수인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생명체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 미개척 연구지다. 2009년 건조된 국내 첫 쇄빙선 아라온호의 뒤를 이을 제2 쇄빙선 건조 작업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남극에 제3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김성범 해수부 해양산업정책관은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없지만 지난해 세운 제3차 남극연구활동진흥 기본계획에 중장기적으로는 3기지 건설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