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이중적 행태에 누리꾼 비난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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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기대밖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이중적 태도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신상우 KBO 총재는 지난 2월부터 "WBC에서 4강에 진출하면 병역특례 혜택을 줄 것을 유관기관에 요청하겠다"며 병역특례에 관해 적극 힘쓰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3일 대만전서 1루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어깨를 다쳐 FA자격 획득이 힘들어진 김동주 선수에 대해 FA특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자 "다른 선수와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

김동주는 올 시즌 84경기(3분의 2) 이상을 출전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지만, 재활에만 3개월이 필요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5월 25일까지 출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KBO가 국가대표로 나와 부상한 김동주 선수에게 FA특례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대표팀에 선발되고도 사소한 부상을 이유로 차출을 거부한 일부 선수들과 달리 국가대표로 나와 투혼을 발휘한 대가를 보상해주느냐 여부가 앞으로 대표팀에 뽑히는 선수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이종범 선수도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가 경기 도중 다친 것을 국내 야구 정규시즌 경기 중 부상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프로스포츠에서 FA라는 제도는 선수 생활의 절반 이상, 또는 전부를 좌우할 수 있는 큰 기회다. 이번 일을 계기로 FA 특례조항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가 대표팀에 뽑히는 것을 반가워할 것이며, 누가 죽을 힘을 다해 뛰겠는가"라며 김동주 선수의 FA특례를 강력히 희망했다.

그러나 신상우 KBO 총재는 한 스포츠신문과 인터뷰에서 "가능한 모든 보상방안을 강구하겠다. 그러나 FA 특례조항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FA가 아닌 국가대표 선수가 부상한 경우나 국가대표가 아닌 FA 선수들과 형평을 생각해야 한다. 실무자들이 좀더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잘 처리해야 할 문제"라며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에 관련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병역법과 시행령까지 바꿔야 하는 병역특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던 신 총재가 정작 구단주끼리 합의만 이뤄지면 간단한 FA 특례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선수보다 구단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중적 행태"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아이디 smin557은 "국가를 위해 몸을 던진다는 것은 누구나 실천에 옮길 수 없는 것"이라며 "나라의 귀감이 되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 김동주 선수에게 FA 특례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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