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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혁명 업무보고에 정조대왕이 등장한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사적 제3호)의 야경. 정조의 지휘로 당대의 첨단기술이 총동원돼 만들어졌다. [사진 문화재청]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사적 제3호)의 야경. 정조의 지휘로 당대의 첨단기술이 총동원돼 만들어졌다. [사진 문화재청]

“정조대왕이 시행했던 신해통공의 현대판 정책인 무술통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4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개 부처의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 정조(正祖)가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주제로, 드론과 자율주행차, 5G기술 등 첨단 기술을 대거 언급한 이 자리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존재처럼 보였다.

정조가 등장한 건 당대의 대표적 규제 철폐 정책으로 볼 수 있는 신해통공 때문이었다. 신해통공(辛亥通共)은 나라의 허가를 받아 장사를 하는 시전 상인의 상업 독점권을 폐지한 혁명적 정책이었다. 이 조치는 조선의 상업활동이 활발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금융위의 업무보고에는 ‘금융판 신해통공’, 즉 금융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금융위는 1분기 중에 금융업 진입규제를 개편해 새로운 금융사들이 출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날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든, 소비자금융 전문은행이든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금융사들을 시장에 등장시켜 업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올해가 무술년이라 무술통공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금융위 외에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이 참여했다. 이들 부처는 ^2021년까지 경찰소방 등 분야에서 3700대의 드론 수요 발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자율주행차 시연 및 2020년 상용화 ^10조원의 혁신모험펀드 조성 ^내년 3월까지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 등 목표를 제시했다. 또 행정규제기본법 등 규제 샌드박스 관련 5개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등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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