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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사기단 총책에 징역 20년…“돈 아니라 행복 빼앗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 농아인들을 상대로 투자 사기를 벌여 복지사업 등 명목으로 100억원 상당을 가로챈 농아인 투자사기단 총책에게 법원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23일 재판이 열린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피해 농아인들이 선고 결과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23일 재판이 열린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피해 농아인들이 선고 결과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창원지법 형사4부(장용범 부장판사)는 특경법상 사기·유사수신규제에 관한 법률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 총책 김모(44)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내내 “투자사기에 관여한 적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복팀은 투자금을 받는 팀장급 이상 조직원이 계속적으로결합된 조직으로 총괄대표, 지역대표 등 통솔체계를 갖추는 등 형법 114조가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로 볼 수 있다”면서 ‘행복팀’을 범죄단체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씨 등 행복팀 간부들은 동료 농아인들로부터 돈이 아니라 행복을 빼앗았다”고 꾸짖었다.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23일 재판이 열린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피해 농아인들이 선고 결과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23일 재판이 열린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피해 농아인들이 선고 결과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행복팀 간부를 비롯한 농아인 36명 중 범인은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35명에게는 가담 정도, 역할, 범행 기간 등에 따라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벌금형 등을 선고했다.

김씨를 포함한 행복팀 간부들은 전원 농아인으로, 2010∼2016년 사이 동료 농아인 150여명으로부터 97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농아인을 위한 사업을 한다. 돈을 투자하면 몇 배로 불려주겠다”는 말에 속아 100억원 가까이 투자했지만 거의 돌려받지 못했다. 집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아 행복팀에 건넨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한편 이날 창원지법 앞에서는 행복팀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농아인들이 ‘농아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내용의 형법 조항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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