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라면, 우산 등 일상용품|국산이 질 좋고 값도 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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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들은 외국의 소비자들에 비해 어떤 물건을 얼마나 싸게, 또는 비싸게 주고 사 쓰고 있을까.
물론 그 해답을 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이 물건값 비교지 완전히 객관적인 가격 비교가 가능한 똑같은 품질·규격·디자인, 똑같은 맛의 동일 상품을 찾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슷한 품질과 규격의 상품 값을 원화로 환산해서 국가별로 가격의 높낮이를 대본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뜻이 있다.
최근 경제기획원은 정부 부처로서는 처음으로 소비자보호원과 무공 해외지사를 통해 92개 소비재의 국제·국내가격을 비교 조사했는데, 예컨대 참기름의 경우 우리 소비자들은 미국의 6·3배, 일본의 5·3배, 싱가포르의 11·5배나 되는 비싼 값에 사 먹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의 조사결과를 놓고 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우선 의외로 우리가 외국보다 더 싸게 사 쓰고 있는 품목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마그네틱·테이프는 미국이 우리보다 무려 14배나 비싸며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일·영·서독·프랑스 등에서 모두 우리보다 3∼7배나 비싸다.
또 컬러 TV·VTR·세탁기·냉장고 등 웬만한 가전제품들은 우리가 단연 가격 경쟁력이 있다. 최근 이들 국산품의 질도 외국제품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니 결국 그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국내 전기·전자산업의 혜택을 국내 소비자들은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쇠고기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가 우리보다 비싸며, 분유·라면, 손수건· 치약·구두·우산·건전지 등 많은 일상 용품들이 이제 수입을 완전히 터도 자신이 있을 만큼 국내 가격이 국제가격보다 훨씬 싼 편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이 우리의 절반 값, 일본의 4분의1값 수준으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어 요즘 미국이 왜 한국과 일본에 대해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지 알 만하다.
한편 국내 가격이 외국에 비해 현저하게 비싼 품목들은 이제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하나 하나 그 이유를 면밀히 살펴볼 때가 되었다.
버터·치즈·참기름·꿀·오렌지주스·초컬릿 등은 말할 것도 없이 국내 산업의 보호를 위해 그 원료나 완제품의 수입을 우리가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가격이 더 비싼 품목들이다.
위스키·주스믹서·전기다리미·오버코트·샴푸·프라이팬·카메라·손목시계·소화제·화장수·남성용 화장품 등은 이제 가능한 대로 수입을 터 품질 고급화와 함께 가격인하를 유도, 소비자의 이익을 더 많이 찾게끔 할 때가 되었다는 판단을 해봄직 하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만한 것은 엄청난 국제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는 일본은 거의 대부분의 품목에서 국제 가격보다 월등 비싸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부는 많이 쌓였지만 국민은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의 목적도 사실은 여기에 있는데 정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빠른 시일 안에 수입을 틀 소비재는 과감히 수입을 개방해 나갈 방침이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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