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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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유명도시의 인상적인 풍물 가운데 하나는 공원묘지다. 도시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묘지는 별로 을씨년스럽지가 않다.
미국 사람들은 묘지를 아예 「메모리얼 파크」라고 한다. 추념공원이라는 뜻이다. 물론 위인들의 묘비명을 보며 교훈을 되새기는 것은 좋은 추념이 되겠지만 그 옆엔 뭇 사람들도 함께 묻혀 있다.
도심의 공원묘지들은 예외 없이 아름드리 수목들이 우거져 있다. 여기 저기 벤치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어서 시민들은 여기서 석간신문도 보고 담소도 나눈다. 뉴욕시 한 가운데 자리한 묘지는 얼핏보면 과수원인가 할 정도다. 좀 과장하면 목가적 분위기 마저 풍겨 준다.
파리의 몽파르나스 묘지 역시 여행 명소로 꼽힌다. 1백50년 도 더 된 이곳엔 시인「보들레르」, 음악가「생-상스」,소설가「모파상」, 정치인「포앙카레」등 역사적 인물들이 묻혀 있다. 파리에는 이곳 말고도 동독, 서독에 큰 묘지들이 또 있다.
서양에선 옛날부터 교회의 뜰이나 후원을 묘지로 삼았다. 그래서 묘지를「처치 야드」라고도 한다. 물론「세미트리」라는 말도 쓴다. 그 어원은 안식처라는 뜻이다.
아무든 서양 사람들은 묘지를 멀리 떼어놓지 않고 생활 가까이 에 모신다. 사자는 비록 말이 없지만 같은 삶의 현장에서 이웃해 살며 묵묵히 산책도 하고 때로는 말없이 담소의 대상이 되어 주기도 한다.
우리의 묘지문화를 꼭 서양과 비교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문화의 구조가 다르고 생활풍습이 같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자를 반드시 고산 외딴곳만 찾아 모셔 놓는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묘지확보 문제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해마다 서울 여의도의 1·5배 가까운 국토가 분묘로 변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었다.
다행히 요즘은 공원 묘지들이 서울 근교에 제법 운치 있게 조성되어 종래의 무질서한 묘지문화에서 벗어나고 있는 경향이다. 주위 환경도 잘 설계되고 수목들도 많이 가꾸어 놓고 있다. 물론 도로형편도 좋다. 앞으로는 우리의 묘지문화도 이런 환경으로 바뀌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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