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사람 안 가리고 골프 내기했지만 로비 증거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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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장과 문 수석은 "이 총리가 골프를 통해 직접 로비에 휘말린 증거는 없다. 다만 내기 골프 등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맞는 부분도 있다"고 보고했다.

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투자 의혹은 애매한 부분이 있어 좀 더 정밀하게 조사해 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 총리가 직접 연결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총리와 같이 골프를 쳤던 박원양씨가 회장으로 있는 삼미건설이 현 정부 들어 관급공사 수주가 대폭 늘어 봐주기 의혹이 있다는 모 언론사의 보도는 사실관계가 많이 왜곡돼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를 치지 않는 문 수석이나 일반 시민이 볼 때는 내기이지만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 정도면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조사 과정을 전했다.

또 "이 총리가 골프를 칠 때 사람을 가려서 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며 동반인 선정 행태까지 조사했음을 시사했다.

민정수석실은 이날 이 실장과 문 수석의 보고에서 사실관계와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을 언급했을 뿐 이 총리의 진퇴 같은 정무적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참모는 "우리는 팩트만 보고할 뿐이고, 정무적인 판단은 하지 않는다. 정무적 판단이 개입되면 특정 사실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총리가 로비에 직접 연루된 증거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국민 여론은 '부적절하다'는 게 다수인 것 또한 사실"이라며 "국민 여론과 함께 총리의 도덕적.윤리적 기준의 한계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해 노 대통령이 깊은 고민을 한 끝에 사퇴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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