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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만난 민주노총, 노사정 대화 복귀 의사

중앙일보

입력

노사정위원회가 재가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양대 노총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연 간담회에서 노동계가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할 뜻을 밝혀서다. 대표자 회의는 중단된 노사정위의 재가동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1일 정부가 제안한 대화 테이블이다.

10년만에 청와대 간담회 참석 #노사정위 재가동 가능성 커져 #문 대통령, 두 노총과 따로 회동 #두 노총 입장 차 '노노갈등' 우려도 #노동계 마이웨이 여전, 경영계 소외 #"정부 중심 못 잡으면 노사 협공 직면"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을 만났고, 앞서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과도 얘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주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양 노총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또 "이른 시일 안에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적 성과를 내달라”고도 했다. 한국노총은 이미 대표자 회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표명했고, 민주노총은 "내부 절차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원칙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잠정적으로 오는 24일로 돼 있던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민주노총) 내부 사정에 따라 날짜를 조율할 예정"이라며 "이달 중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지 20년 만에 사회적 대화의 물꼬가 트인 셈이다.

 대통령과 민주노총 지도부의 만남은 10년7개월 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6월 6일 당시 이석행(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오찬을 했다. 20일 뒤 이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는 우리를 감정적으로 대한다"며 반감을 표하고 등을 돌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민주노총의 대화 참여는 투쟁에서 벗어나 대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에 시동을 건다고 해도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현장 투쟁을 제1 덕목으로 여기는 강경파를 설득하는 작업이 남았다. 한상균 전 위원장 석방 문제도 걸려 있다. 김명환 위원장이 이날 한 전 위원장과 관련된 사안을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마음이 무겁다”는 취지로만 답변했다고 한다.

이날 청와대 만남부터 험난한 앞날을 짐작하게 하는 신호가 여럿 있었다. 일단 시차를 두고 두 노총과 만났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 현안에 대한 양 노총의 입장이 다르고 정리가 안 된 상태여서"라고 밝혔다. 최근 두 노총이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자칫 노노갈등이 생기면 대타협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균형 잡힌 역할이 중요하다. 친노동을 내세우고도 노동계에 발목 잡히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어서다. 현 정부는 노동계에 구애했다. 저성과자 해고 절차와 취업규칙 변경을 간소화한, 이른바 2대 지침을 폐기했다. 최저임금도 확 올렸다.

 그래도 노동계는 마이웨이였다. 노동 현안마다 청구서를 내밀었다. 마음에 안 들면 내쳤다. 여야가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부정한 게 대표적이다. 이날 만남에서도 두 노총 위원장은 "여당의 근로시간 단축안은 사회적 대화 복원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날을 세웠다. 언제든 사회적 대화를 거부할 수 있다는 엄포다.

 다른 딜레마도 있다. 정부는 또 다른 '을'인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인을 챙기면서 한편으로 노동계를 달래야 하는 부담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후폭풍에 휘청거리는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인의 고충을 덜어야 한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이나 업종별 차등 적용과 같은 제도 개선에 나선 이유다. 임금체계 개편도 지원해야 한다. 이는 경영계가 내심 바라던 바다. 하지만 노동계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친노동을 표방한 정부가 노동 현안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받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사회적 대화의 성패가 노사의 의견을 얼마나 잘 조율하느냐에 달렸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강태화 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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