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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자연은 경제성장의 어머니 … 환경 망치면 세금 물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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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연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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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본
제프리 힐 지음
이동구 옮김, 여문책

미국 뉴욕시의 상수원인 캣츠킬 유역은 1990년대 주변 개발로 수질이 크게 나빠졌다. 연방 환경보호국은 정수시설을 개선하도록 뉴욕시 당국에 요구했고, 투자 규모는 80억 달러(약 8조5600억원)로 추산됐다. 시 당국은 정수시설 개선 대신 상수원 보호를 택했다. 상수원 주변 토지를 매입해 오염을 차단하는 데 들어간 환경복원 비용은 15억 달러로 충분했다. 자연의 자정 능력을 활용함으로써 막대한 시설비용을 줄인 것이다.

저자는 인류가 진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자연을 ‘자연 자본(natural capital)’이라고 부른다.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를 자본 잠식으로 간주해야 하고, 훼손을 복구하는 비용을 오염자가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공장을 가동하면서 물과 공기를 오염시킬 경우 제삼자가 건강상의 피해를 보고 고통을 겪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외부효과(external effects)라고 하고, 오염 복구 비용이 생산비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외부비용이라고 한다. 외부비용 탓에 환경이 훼손되고 자원은 낭비되고, 결국 경제도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이 외부비용을 생산비용에 포함하는, 즉 내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비용을 내부화하는 방안으로는 정부가 직접 오염 단속을 하고 처벌하거나,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해 해결할 수도 있고, 배출권 거래제처럼 시장에 맡길 수도 있다. 저자는 오염 행위에 세금을 부과하고, 대신 소득세나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우리가 여태껏 국내총생산(GDP)이란 ‘엉뚱한 신’을 숭배해왔는데, 이제는 경제적 종교를 바꿀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허리케인의 피해를 복구하느라 일시적으로 일자리가 늘고 GDP가 증가하지만, 삶 자체가 나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려운 환경경제 분야의 개념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자연 자본이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환경보호는 경제 성장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을 가져온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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