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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소외 이웃, 음악으로 마음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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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주말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천애재활원 앞마당에 시원한 색소폰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장애인들이 재즈 선율을 좇아 하나 둘 휠체어를 움직여 건물 앞마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몇몇은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을 따라 흥얼거렸고, 어린이들은 펼쳐진 악보와 색소폰 케이스를 만져봤다.

이곳에서 즉석 연주회를 연 '음악가'는 도봉구 자원봉사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최생용(45.(右))씨.

그는 인근 지역 재활시설.고아원.복지시설 등을 찾아갈 때마다 항상 색소폰과 기타를 챙겨 든다.

"장애인들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들 중에는 각박한 세상에 마음을 닫고 지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고 좀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음악의 힘을 빌리는 것이지요."

청년시절 가수의 꿈을 키웠던 崔씨는 색소폰뿐 아니라 피아노.첼로.전자기타.하모니카 등 여러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재주꾼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자란 崔씨는 13세때부터 세살 많은 형으로부터 하모니카와 기타를 배웠고, 대학시절에는 그룹사운드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관악구와 도봉구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한 지난 10여년 동안 항상 음악을 가까이했다. 1996년부터 계속해온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 자원봉사 강의에서도 피아노나 색소폰 연주를 먼저 선보인다.

멋진 연주에 학생들의 주의가 쏠리면 "어려운 이웃들에겐 물질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음악처럼 그들의 내면 세계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정서적 도움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한다. 그의 독특한 강의는 인기가 많아 연말까지 빡빡하게 스케줄이 잡혀 있다.

지난 7월부터는 대학생.주부 등 22명의 지역주민들과 함께 '도봉구 문화예술자원봉사단'을 결성, 본격적으로 음악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8월에는 경기도 여주의 지체부자유 장애인 시설인 '라파엘의 집'에서 위문공연을 열기도 했다. 그는 올 연말 자선음악회를 열어 불우이웃돕기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좋아하는 음악활동을 직장에서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어려운 이웃들과 즐거움도 나눌 수 있어요.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어요"라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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