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요? 십대 중반에 데뷔하여 꾸준히 좋은 음악을 발표한 가수가 데뷔한 지 10년 만에 최근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자 신문의 헤드라인은 1만 시간의 법칙을 들어 치하합니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1993년 발표한 논문에서 설명된 법칙으로,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꾸준히 노력해야 전문가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20년의 절차탁마를 행하는 무협지의 주인공을 우리가 감탄하며 바라보는 것은, 새해 다이어트 결심 따위는 어제 늦은 밤 배달시킨 치킨과 함께 이미 날아간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말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한 해를 돌아보는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각자 최근 만든 자료를 발표하며 10년 전의 자료들도 함께 열어보니 자료의 표현이나 매무새가 오래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패션처럼 한참 촌스럽게 보였습니다. 그때 그렇게 자신 있게 만들고 안팎으로 공유하던 자료들이 지금의 눈높이로 보면 모자라는 부분이 많아 민망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모두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10년 전을 돌아보고 얼굴이 붉어지며 다시 든 생각은 10년 후에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멈춰 있지 않고 천천히라도 나아지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입니다. 같은 일을 숙련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뿐 아니라, 선비는 사흘만 지나 보아도 눈을 비비고 보아야 한다는 삼국지 속 여몽의 이야기처럼 더 나아짐을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의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과학은 다양한 설명을 시도합니다. 도파민의 분비와 새로움이 줄어드는 감각의 변화에서부터, 다양한 의무에 지난한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에라도 그야말로 “바쁜것”처럼 느낀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 바쁨이 우리의 성장을 위해 쓰이고 있을까요? 술을 마시고 있다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어린 왕자 속 주정뱅이처럼, 허무함을 잊기 위해 “바쁘시죠?”를 서로 주고받기 보다 왜 바쁜지 멈춰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다음 10년 후의 “부끄러움”을 다시 또 기대하며 1월의 결심을 새로이 시작합니다.
송길영 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