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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떨군채 "형님께 누끼쳐 죄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31일 오전1시50분. 수갑을 차고 나타난 전경환씨에게서 전직대통령의 동생으로 새마을운동 중앙본부회장으로 풍겨온 「위세」는 찾을 수 없었다.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던 전경환씨(46·전새마을운동중앙본부회장)는 7년여동안 「새마을」이란 「보도」를휘둘렀던 장본인이라고는 볼수 없을이만큼 초췌한 모습으로 수갑을 차고 나타났다.
검찰소환 38시간만에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갑을 차고 검찰청사 12층 중앙수사부를 나선 전씨는 현관까지 2분여동안 빗발치는 보도진들의 질문에 『국민에게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영장내용은 정신이 없어 제대로 보지못했읍니다』는 두마디를 남기고 검찰청사를 떠나 오전2시17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전씨는 검찰조사과정에서 『형님(전두환전대통령)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감>
전씨 일행은 스텔라승용차 4대에 검찰직원 3명씩과 함께 각각 분승해 검찰청사를 나서 시청앞∼남산3호터널∼동작대교∼사당동을 거쳐 오전2시17분 의왕읍포일리 서울구치소에 도착, 승용차에 탄채 구치소정문을 통과했다.
전씨는 기자들의 취재경갱으로 차가 10여초간 멈추었을 때도 정면만을 주시한채 아무런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로 들어갔다.
전씨는 초췌한 모습으로 보도진의 카메라플래시가 연이어 터지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구속집행>
검찰은 31일 전씨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15층 조사실에서 이들에게 영장을 제시한뒤 오전1시47분쯤부터 2분 간격으로 구속을 집행.
문청·선주윤씨등 2명이 먼저 집행된데 이어 전씨는 정장희씨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1층 로비에 도착, 보도진들의 질문에 간략히 답변한 후 수사관들에 의해 서울1러8010호 스텔라승용차에 태워져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직행.
31일 전경환씨는 수갑을 앞으로 찬채 출두당시 입었던 짙은 회색양복차림이었으나 수염을 깎지않아 초췌한 모습.
전씨는 출발직전 심경을 묻는 보도진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할말이 없다』고 대답.
전씨는 또 보도진들이 영장범죄사실을 시인하느냐고묻자 『영장을 보긴 했지만 진술과정에서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확실히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보아야겠다』고 답변.

<구속전>
전씨는 3O일 오후9시20분 대검중수부 15층 조사실에서 영장발부를 기다리는 동안 회오에 찬 모습으로 심경의 일단을 털어놨다고 한 수사관이 전했다.
전씨는 『무엇보다 형(전두환전대통령)에게 큰 누를 끼쳐 괴롭다』고 말하고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분에 맞게 살았어야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는것.
전씨는 『몇시간을 기다리면 영장이 떨어지는가』『구속되면 어디로 수감되느냐』고 묻기도 하고 『수감되기 전에 데리고있던 직원들의 얼굴을 한번 보게해달라』고 부탁, 문청·정장희·선주윤씨등이 초췌한 모습으로 조사실에 들어서자 차례로 손을 잡고 『그동안 나때문에 고생많았다』고 위로했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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