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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News]"저는 안내견 공부중입니다." 퍼피워킹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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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피워킹 중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코코아. 장진영 기자

퍼피워킹 중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코코아. 장진영 기자

“내 이름은 코코아.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두 살 숙녀랍니다. 용인에 있는 안내견 학교에서 다섯 남매의 둘째로 태어났어요. 멋진 안내견이 되려면 학교에서 힘든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전에 1년간 일반 가정에서 살 수 있거든요. 지금은 엄마, 아빠, 두 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고 있어요.

코코아가 보호자 김미라씨와 복종 훈련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코코아가 보호자 김미라씨와 복종 훈련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제 하루는 뽀뽀로 엄마를 깨우는 걸로 시작해요. 막내딸의 격렬한 뽀뽀 폭격에 엄마는 항복을 선언하며 일어나시죠. 그리곤 베란다에서 쉬야를 해요. ‘빨리빨리’라는 말은 우리만의 암호에요. 그 말을 들으면 왠지 시원하게 배변하고 싶어지거든요.

엄마, 두 언니(양쪽 끝)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코코아. 장진영 기자

엄마, 두 언니(양쪽 끝)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코코아. 장진영 기자

외출시에는 반드시 유니폼과 견줄을 착용한다. 유니폼에는 공공장소 출입을 위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행한 등록증이 있다. 장진영 기자

외출시에는 반드시 유니폼과 견줄을 착용한다. 유니폼에는 공공장소 출입을 위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행한 등록증이 있다. 장진영 기자

 언니들의 등굣길에도 따라나선답니다. 헤어지는 게 아쉽지만 따뜻한 집으로 들어오면 엄마가 시원하게 빗질도 해주고 양치도 해주기 때문에 괜찮아요. 사실 양치는 즐겁지 않은데 치약이 맛있어서 참고 있어요. 낮잠 후에는 엄마랑 훈련 놀이를 해요. '기다려, 앉아, 엎드려'는 기본이죠. 훈련 후에 ‘잘했어~’ 라며 머리를 쓰담 쓰담 해주는 엄마의 칭찬이 제일 좋아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출입문 멀리 구석에 자리 잡도록 교육한다. 장진영 기자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출입문 멀리 구석에 자리 잡도록 교육한다. 장진영 기자

코코아가 보호자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장진영 기자

코코아가 보호자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오후 산책이에요. 아침보다 길게 산책할 수 있거든요. 오늘은 집 앞 공원을 지나 마트엘 갔어요. 마트나 백화점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가요. 사람들이 많은 곳에 익숙해져야 하거든요. 오늘도 경비 오빠와 반갑게 인사하며 입장!. 이건 비밀인데 마트에서 처음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때 땅이 움직이는 거에 깜짝 놀라서 쉬야를 했어요. 지금은 익숙해져서 절대 그럴 일 없으니 잊어주세요~

횡단보도 에서는 경계석 바로 앞에 멈추도록 훈련 받는다. 높이가 있는 경계석의 경우 시각장애우의 통행이 위험해질수 있어서다. 장진영 기자

횡단보도 에서는 경계석 바로 앞에 멈추도록 훈련 받는다. 높이가 있는 경계석의 경우 시각장애우의 통행이 위험해질수 있어서다. 장진영 기자

 다음 달이면 본격적인 훈련을 위해 안내견 학교로 돌아가요. 거기에선 사육사님과 시각장애우를 돕기 위한 본격적인 훈련을 하게 돼요. 시험도 여러 번 봐야 하고요. 엄마랑 많은 것을 연습해서 자신 있게 해낼 수 있어요. 엄마! 저 멋진 안내견이 될 수 있겠죠? 멍멍!”

안내견 학교에서는 퍼피워킹 가정 주변 극장, 백화점, 마트 등에 협조를 구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진영 기자

안내견 학교에서는 퍼피워킹 가정 주변 극장, 백화점, 마트 등에 협조를 구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진영 기자

마트를 산책중인 코코아와 가족. 장진영 기자

마트를 산책중인 코코아와 가족. 장진영 기자

 코코아의 퍼피워킹을 도와주고 있는 자원봉사자 김미라 씨는 이렇게 말한다.

“코코아는 다른 퍼피워킹 강아지들보다 조금 늦게 우리 집에 왔어요. 보통 생후 7주경에 오는데 코코아를 먼저 맡았던 분께 사정이 생겨 4개월이 된 시점에 만나게 되었죠. 퍼피워킹 신청 전에 약 1년간 고민을 했어요. 과연 우리 가족이 잘할 수 있을까… 이별 후에는 어떻게 버텨야 할까… 고민이 많았지만 사회에 봉사하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될 거라 생각해 도전하게 되었어요. 퍼피워킹을 위해 따로 준비해야 할 건 없어요. 사료, 장난감, 병원비 등 모든 것이 지원되기 때문에 사랑을 쏟는 거 그거 하나만 충분하면 돼요.

식단과 건강은 철저히 관리된다. 장진영 기자

식단과 건강은 철저히 관리된다. 장진영 기자

첫날부터 잘 먹고, 잘 자고 적응이 빠르더라고요. 짖지도 않고요. 매일 산책을 조금씩 다른 코스로 해요. 처음 가보는 길이 낯설법도 한데 용감하게 걷는 걸 보면 정말 대견해요. 호기심이 많은데 회복력(주변 소음이나 많은 인파에 놀랐을 때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빠른 편이라 제 곁에 딱 붙어서 잘 따라오고요. 마트 시식 코너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답니다. 아파트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거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주변 이웃들이 많이 이해하고 격려해 주세요. 코코아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부터 매일 작은 감동들이 이어져요. 특히 아이들이 참는 법을 많이 배우는 거 같아요. 다툼도 줄어들고, 집안에서 큰 소리도 내지 않고요. 코코아를 돌보며 배려심도 많아졌어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안내견에 호기심을 보이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해요.

가족들이 카페에서 쉬는동안 얌전히 기다리는 코코아. 장진영 기자

가족들이 카페에서 쉬는동안 얌전히 기다리는 코코아. 장진영 기자

마트, 백화점, 극장 등 공공장소 산책도 자주 해요. 처음엔 조금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입구에서부터 반갑게 인사해 주세요. 코코아와의 동행에서 딱 한 번 힘든 적이 있었어요. 바다 전망 카페에 갔는데 주인이 출입을 거부했어요. 그런 경우엔 ‘내가 여기서 돌아가면 다음에 시각장애우들이 왔을 때 힘들겠다 ’싶어 충분한 설명을 하곤 해요. 법적으로도 예비안내견과 안내견들은 출입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 안 보이는 뒤쪽자리에 앉으라는 거에요. 우리도 바다 보고 싶다고 했더니 ‘시각장애면 어차피 못 볼 텐데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말해 정말 속상했어요.

본격적인 훈련 후에 안내견이 되지 못하면 퍼피워킹 가정이 입양 1순위다. 김씨는 "코코아는 훌륭한 안내견이 될거다. 나중에 은퇴후에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본격적인 훈련 후에 안내견이 되지 못하면 퍼피워킹 가정이 입양 1순위다. 김씨는 "코코아는 훌륭한 안내견이 될거다. 나중에 은퇴후에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곧 코코아와 이별하게 돼요. 안내견으로 선발되지 못하면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코코아는 꼭 좋은 안내견이 될 거라 굳게 믿고 있어요. 안내견 은퇴 후에는 다시 식구로 지내고 싶어요. 그때 코코아가 우리를 한눈에 알아봐 주겠죠?”

-퍼피워킹-

생후 7주 된 안내견 후보 강아지를 가정에서 1년간 돌보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사람과 함께 지내는 에티켓과 백화점이나 지하철 등 다양한 장소에서 경험하는 사회화 과정이다.
자격요건은 강아지를 주로 돌볼 사람이 가정 내에 상주해야 하며 실내사육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정은 지원할 수 없으며 수도권 거주자만 지원할 수 있다.
시료, 용품, 진료비 등 사육에 필요한 모든 용품과 비용이 지원되며 담당자가 월 1회 방문하여 관리를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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