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퇴로는 막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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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8강전> ●신진서 8단 ○탕웨이싱 9단

7보(86~95)=지금까지 순탄하게 흘러오던 반상에 갑자기 전운이 감돈다. 문제의 근원지는 우상 쪽이다. 신진서 8단이 타협을 포기하고 정면 승부를 선택하는 순간,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꽃은 점점 커져 이 바둑판을 집어삼켜 버릴지도 모른다. 바짝 긴장한 선수들의 상체가 점점 바둑판 쪽으로 기울고 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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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8단은 87로 뚫고 나온 다음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은 '참고도'처럼 흑2, 4로 후퇴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 열려있다. 흑백이 각자도생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렇게 진행되면 중앙에 백의 두터움이 쌓이고, 선수(先手)까지 백이 가져가게 된다. 백5로 밀리는 그림까지 그려보면, 우하 쪽 흑마도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신진서 8단이 칼을 빼 들고 작정한 듯 89로 끊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뒤로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이제 퇴로는 모두 차단됐다. 우상귀 흑백은 둘 다 목숨이 온전하지 않은 미생(未生)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부러질 때까지 싸우다 끝장을 볼 수밖에 없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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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싱 9단은 먼저 자신의 돌을 정비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싸움에 앞서 기초 체력을 길러두는 수순이다. 94는 모양의 급소. 신진서 8단도 95로 모양의 급소를 지켜뒀다. 이 사활 전쟁의 최종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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