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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 2명 한국 망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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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닐라=박병석 특파원】 북한 민간인 2명이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 북한을 탈출, 중공을 거쳐 필리핀의 마닐라로 밀항한뒤 한국망명을 요청, 26일 오후 5시5분 대한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다.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은 이들의 귀국길에 김중재 영사를 동행시켰다. <관계기사 3,7면>
평양철도 대학 5학년 졸업반인 김창화씨 (31·평양시 형제산 구역 하당동 58반)와 근로자 어성일씨 (31·평양시 봉성구역 림월동 100반)는 지난해 10월14일 중공 도문으로 건너가 5개월간 중공 대륙을 종단, 지난 14일 남부의 잔장 (담강) 항에서 필리핀의 마닐라로 왕복하는 파나마 선적의 화물선에 숨어 들었다가 도착 3일만인 22일 선원들에게 발견됐다.
이들은 발각직후 선장에게 망명의사를 전달, 선박 대리점에서 한국 대사관에 이 사실을 알려 22일 우리 공관원과 필리핀 당국자가 직접 면담, 이들의 신원과 함께 망명의사를 확인했다.
이들은 김씨와 어씨중 누구의 친척인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만주 한인 자치구인 연길에 살고 있는 둘중 한사람의 고모부인 강귀기씨와 고종 사촌인 강경호씨 집에 머물다가 배경을 거쳐 광주→해구시를 지나 장당에 도착, 지난 14일 이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어씨의 아버지 어하운씨 (67)는 6·25당시 월북자로 북괴 중앙통신사 통신과장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어양씨는 25일밤 11시쯤 가진 한국 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정치체제에 실망,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망명한다』고 말했다.
어씨는 대단히 건강해 보인 반면 김씨는 얼굴이 약간 빠져 있으며 피로한 기색이었으나 『건강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무척 활발한 느낌이었으나 『자세한 것은 서울에 가서 밝히겠다』고 탈출경위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김씨와 어씨는 17세때 군에 입대한 후 알게 된 친구사이로 김씨는 81년에, 어씨는 82년에 각각 상사로 제대했다.
마닐라 주재 한국 대사관의 김유옥 공보관은▲김씨와 어씨가 강한 평안도 사투리를 쓰고▲북한내부 사정을 소상히 알고 있으며▲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등 북한인임을 확신시켜 주고 있으나 『물적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마닐라주재 한국 대사관은 5일 오후 5시 30분 (한국시간 6시 30분·이하 현지시간) 화물선에 머물고 있던 이들의 신병을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인수했으며 이들은 마닐라 시내의 라스팔마스 호텔에서 한국 대사관직원 및 필리핀 관리의 보호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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