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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도핑스캔들 근원지가 관광 명소로?...'악명'을 파는 소치

중앙일보

입력

레스토랑으로 변모한 소치올림픽 당시 도핑 실험실. [AP=연합뉴스]

레스토랑으로 변모한 소치올림픽 당시 도핑 실험실. [AP=연합뉴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도핑 스캔들의 근원지인 도핑 실험실 건물이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변모한 레스토랑에는 ‘샘플B’, ‘멜도니움’과 같이 도핑을 연상시키는 이색 메뉴를 놓고 관광객을 맞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독특한 이름의 칵테일에는 스테로이드 성분 대신 알코올만 포함됐다. AP통신은 올림픽 이후 4년 만에 소치를 다시 찾았다. 소치는 올림픽 개최 효과로 인구가 50% 이상 늘어 60만 여명이 거주하고, 매년 6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활기찬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끈 건 평범한 레스토랑으로 바뀐 도핑 실험실이었다. AP통신은 "레스토랑은 소치 도핑 실험실의 악명을 활용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모스크바 실험실 소장을 지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박사를 통해 '공작부인'(Duchess)이라는 이름의 스테로이드 칵테일을 개발했다. 스테로이드가 물보다 알코올에 더 잘 용해된다는 점을 활용해 로드첸코프 박사는 남자 선수에겐 시바스 위스키에, 여자 선수에겐 베르무트에 섞어서 '알코올 도핑 칵테일'을 제공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개회식 당시 입장하는 러시아 선수단. [AP=연합뉴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개회식 당시 입장하는 러시아 선수단. [AP=연합뉴스]

러시아는 소치올림픽 당시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복용시킨 뒤 도핑 실험실에 작은 구멍을 뚫어 빼돌린 뒤 깨끗한 샘플과 바꾸는 수법으로 조직적인 도핑을 저질렀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올림픽이 끝난 뒤 목숨을 걸고 이 사실을 폭로했고, 러시아의 음모는 만천하에 공개됐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저지른 조직적 도핑으로 국제 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 선수 43명을 올림픽에서 영구 퇴출했고, 메달 13개를 박탈했다. 러시아는 리우올림픽에서 육상, 역도 등 선수들이 출전 금지를 당한데 이어 평창올림픽에서는 전체 선수단이 참가할 수 없게 됐다. 도핑으로부터 깨끗한 선수들만 중립기 아래 출전 기회를 받았다.

이색 관광명소가 된 이 레스토랑에서는 건물의 악명을 활용해 '샘플B', '멜도니움'이라는 칵테일을 선보였다. 샘플B는 선수가 처음 제출한 도핑 샘플에 이상이 발견됐을 때 최종적으로 위법 여부를 밝히는 샘플이다. 이 식당은 테킬라, 삼부카, 핫소스를 섞어 '샘플B'라는 칵테일을 만들었다. 멜도니움은 러시아의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가 2016년 양성반응을 일으켜서 출전금지를 당했던 약물로 이 식당에서는 압생트에 레드불을 섞은 칵테일로 변신했다. 식당 관계자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비록 러시아에 달갑지 않은 것일지라도 이 건물이 가진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런 칵테일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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