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은?

중앙일보

입력

2012년 3월 파리에서 공연한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 이듬해에 해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포토]

2012년 3월 파리에서 공연한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 이듬해에 해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포토]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이 15일 열린다. 북측 대표단은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윤범주 지휘자,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이다. 남한 대표단은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을 대표로 한종욱 통일부 과장,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다. 북측에서 관현악쪽 인사를 포함시키면서 남측에서도 오케스트라의 대표와 지휘자를 넣었다. 코리안심포니는 2001년 법인화했지만 문체부의 산하기관이다.

15일 남북 대표단, 합동 공연 위해 회의 #연주 방식과 곡목 선정 등이 관건 #2000년, 2002년에 합동 연주 기록

남북 오케스트라의 관건은 형식과 내용이다. 우선 남북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하나의 관현악단을 꾸려 연주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2000년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서울에서, 2002년 KBS교향악단이 평양에서 이런 식으로 공연한 적이 있다. 지휘자 정명훈이 2011년 북한을 방문해 합동 공연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정명훈은 남북의 연주자들이 매년 말 함께 공연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조율 끝에 2012년 남한 오케스트라 대신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단원들과 북한의 은하수 교향악단 단원들이 파리 무대에서 함께 공연했다. 이런 구성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음 달 무대에서 성사될 가능성은 작다.

또 다른 가능성은 남한 또는 북한의 독주자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방식이다. 오케스트라 차원의 결합보다는 짧은 시간 내에 기획과 준비가 가능하다.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발레ㆍ합창 음악 등의 참여를 특화해온 교향악단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레퍼토리가 많다. 따라서 북한 연주자나 예술단체와의 협연이 수월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어떤 음악을 연주하게 될지도 관건이다. 북측 대표단에 포함된 현송월이 단장인 모란봉악단의 활동을 보면 클래식 음악을 주로 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이 어려울 수도 있다. 모란봉악단은 개량된 전자 악기를 사용하고 마이크를 사용해 노래한다.

북에서 다루는 오케스트라 음악은 제한적이다. 클래식 중엔 차이콥스키 같은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을 주로 연주한다. 북한 작곡가의 작품 또는 전통음악도 주된 레퍼토리다. 2008년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 연주자들과 함께 멘델스존을 연주했을 때는 악보가 없었다. 소위 ‘부르주아’로 분류한 작곡가의 작품은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 지휘자 정명훈은 “인간의 자유를 평생의 주제로 다룬 베토벤을 북한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 특히 매 연말 9번 ‘합창’ 교향곡 연주를 정례화하고 싶다”고 여러 번 밝혔지만 성사되긴 쉽지 않았다. 그만큼 다루는 음악에 대한 남북한의 인식 차이가 크다.

모란봉 악단이 군복차림으로 노래하는 모습. [중앙포토]

모란봉 악단이 군복차림으로 노래하는 모습. [중앙포토]

2008년 뉴욕필 공연 당시에는 앙코르곡인 아리랑(북한 작곡가 최성한 편곡)에 북한의 전통악기 연주자자 6명이 참여할 계획이었다. 공연 직전 리허설까지 마쳤다. 하지만 본 공연 직전에 연주를 취소해 뉴욕필만 아리랑을 연주했다. 이처럼 북한과의 한 무대에는 고려할 변수가 많다.

관계자들은 “구체적 내용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용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은 “세부 공연 형식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하지만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