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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 마음 비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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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해찬(얼굴) 총리가 12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측근 등과 잇따라 접촉을 하고, 자신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당의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가 당 지도부와 전화 접촉 등을 통해 자신의 문제로 당이 어려움에 처해선 안 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에 앞서 김근태 최고위원과의 전화통화에서 "마음을 비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기 골프'에 이은 '황제 골프'논란으로 여권 안에서 이 총리 사퇴 불가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총리가 당 지도부에 자진사퇴 가능성을 내비침으로써 '3.1절 골프 로비 의혹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총리는 그러나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귀국(14일)하기 전에 사표를 내거나 거취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먼저 의사를 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주말 이 총리와 접촉한 한 의원은 "이 총리는 내기 골프 논란, 거짓말 시비, 골프 로비 의혹 등이 부풀려져 본인의 진정성과 다르게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면서 "이 총리 스스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진실을 객관적이고 적극적으로 규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 김한길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이날 공식.비공식 모임을 잇따라 열었다. 지도부는 당의 '공식적인 침묵'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과 별도로 만난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분위기가 한 방향으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대세가 "이 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모이고 있으며, 비공식적으로 당의 입장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할 뜻도 내비쳤다.

중간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주말을 보내면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당내 분위기를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 거취에 신중한 입장을 지켜온 김근태 위원도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론을 따라야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의중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 총리의 결단을 기다리는 인상이 강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귀국에 맞춘 종합보고 준비에 분주했다. 한 관계자는 "내기 골프 얘기가 불거져 주말에 또다시 이 총리 사퇴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판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중 청와대가 한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총리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50%대 였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잠정 집계 결과 여론의 흐름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민.김정욱.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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