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어머니와 의붓아버지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80일 만에 강제 송환된 김성관(35)의 얼굴이 14일 공개됐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이날 김씨의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점심식사를 하러 유치장으로 갔다가 식사 후 진술녹화실로 되돌아가는 동선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이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지난 12일 신상공개결정위원회를 열어 김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을 발부받으면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얼굴을 가리지 않고 취재진 앞에 선 김씨는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씨는 취재진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자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걸음을 뗐다. 김씨는 유치장에서 되돌아올 때도 카메라에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이동했다.
지난 12일 수원지법 조영은 영장전담 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열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씨는 실질심사에서 경찰이 작성한 범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날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면서 “아내와 공모했다는 증거가 있다. 인정하나” “왜 살해했나” “범행을 계획했나”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 말에 “죄송하다”라고 짧게 답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2~5시 사이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돈을 목적으로 친모(당시 55)와 이부(異父)동생(당시 14세)을 살해하고, 같은 날 오후 8시께 강원 평창군의 한 국도 졸음쉼터에서 계부(당시 57세)까지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를 받고 있다. 김씨는 범행 후 아내와 딸들(당시 2세ㆍ7개월)을 데리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뉴질랜드로 출국했다가 뉴질랜드 현지 경찰에 과거 저지른 절도 혐의로 붙잡혔다. 법무부는 뉴질랜드 사법당국과 협의해 지난 11일 김씨를 국내로 송환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강도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13일 구속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오래전부터 어머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범행 하루 이틀 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며 재산을 노린 계획범행이었음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