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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대북제재 위반 논란, 동아시안컵이 모범 답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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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김광민 감독. [중앙포토]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김광민 감독. [중앙포토]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대표단의 지원 문제가 남북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평화 올림픽 실현을 위해 북한 관계자들의 대규모 방한을 바라지만,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느슨해질 것을 우려하는 미국이 북측 대표단 방한 기간 중 우리 측의 전폭 지원 가능성에 대해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2일 '미국측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대표단 지원과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면서 '지원 범위를 한국 현지에서만 소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해달라고 한국 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측은 우리나라에 '북한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물건은 어떤 것이든 인정할 수 없다. 아이스하키 스틱 한 개도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북한 대표단의 숙박비와 식비 지원은 문제삼지 않지만, 각종 기념품을 포함해 북한으로 가져갈 수 있는 어떠한 형태의 물품도 제공해선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축구대회(정식 명칭은 E-1챔피언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중·일 삼국과 함께 북한 남녀축구대표팀이 참가한 당시 대회를 앞두고 일본 정부는 북한 선수단의 일본 입국 여부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심하다 '제한적 수용'으로 가닥을 잡고 북한의 입국을 허용했다. "UN의 제재 결의와 상관 없는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예외적이고 특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 밝혀 명분부터 확보했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앞두고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김광민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앞두고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김광민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은 북한 선수단이 자국에 체류한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구입 및 활용을 허용했지만 숙소와 경기장, 훈련장 이외 장소의 방문은 허용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귀국시 북한 선수단이 구입하거나 증정 받은 모든 물품의 국외 반출을 금지했다. 이와 관련해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대회 개막에 앞서 "동아시안컵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상금도 북한이 우승할 경우에는 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혀 혹시 발생할 지 모를 금전적 분쟁의 싹을 지웠다. 동아시안컵 남자부 우승 상금은 25만 달러(2억7,000만원), 여자부는 7만 달러(약 7,700만원)였다.

대신 일본 정부는 인도적인 취지의 행사에 대해서는 적절히 눈감아주는 방식으로 북한 선수단이 섭섭함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대회 기간 중 친북단체인 조총련 관련 인사들이 물품을 전달하거나 식사를 대접할 땐 '북한 선수단 내부 행사'로 규정하고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대회 기간 중에는 북한 선수단의 기자회견이나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질문의 주제와 범위를 철저히 '동아시안컵 대회 및 경기'로 제한해 분란의 소지를 차단했다. 일본의 우파 일간지 산케이신문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 여자축구선수단에게 "우승을 하더라도 상금을 가져갈 수 없는데, 혹시나 대회를 포기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일본축구협회가 질문하는 기자를 제지하기도 했다. 당시 김광민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돈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며 질문을 일축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동아시안컵 여자부 중국전 도중 북한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김광민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동아시안컵 여자부 중국전 도중 북한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김광민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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