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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꿈을 묻다 ②서프라이즈 김하영 "재연 배우? 그냥 배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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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배우가 주목받은 2017년이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던 진선규가 있었고, 노 배우의 관록을 보여줬던 나문희, 언제나처럼 인정받았던 송강호가 있었다. 하지만 MBC 연기대상 시상자로 선정된 후에야 이름 석 자가 불렸던 26년 차 배우 최교식처럼 힘겹게 연기생활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8년은, 누구보다 이들에게 더욱 간절하고 뜻깊다. 열의만큼은 톱스타 못지않은 무명·신인 배우 3명에게 그들의 ‘꿈’ 이야기를 들어봤다.

① 꿈꾸는 6등급 배우 류경현
② 서프라이즈 김하영 "재연 배우? 그냥 배우!"
③ 배우 김시호 "진심 있으면 죽이는 게 나온다"

② 서프라이즈 김하영 "재연 배우? 그냥 배우!"

14년차 MBC '서프라이즈' 배우 김하영 [MBC]

14년차 MBC '서프라이즈' 배우 김하영 [MBC]

배우 김하영(39)은 ‘서프라이즈 그 애’다. 올해로 14년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배우로 연기 생활을 하고 있지만, 대중에게 ‘김하영’으로 불린 적은 거의 없다. 그저 ‘걔’라거나 ‘용인민속촌 장금이’ 혹은 좋게 불러주면 ‘서프라이즈 김태희’ 정도다. 김씨는 “24살이었던 2004년 8월 서프라이즈로 데뷔해 청춘을 서프라이즈와 함께 보냈다”며 “이름은 몰라도 길거리에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 매번 놀란다”고 말했다.

"'서프라이즈 그 애'라고 불러도 알아봐 주시니 좋아요!"

“나는 커서 연예인이 될 거야”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달고 산 김씨는 예고와 대학 영화학과를 졸업했다. 탤런트 공채 시험에도 도전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MBC 성우 공채 시험을 보던 중 방송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서프라이즈 배우가 됐다. 이후는 말 그대로 ‘외길’ 인생이었다. 서프라이즈를 통해 김씨는 중국인ㆍ일본인ㆍ부탄인 등 온갖 아시아 국적을 가져보기도 했고, 양귀비나 조선 왕들의 후궁에서부터 처녀 귀신까지 연기했다. 서프라이즈 배우 중 최고참이기도 하다. 김씨는 “매주 여러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다. 나와는 다른 성격을 경험하며 스스로를 깨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14년차 MBC '서프라이즈' 배우 김하영

14년차 MBC '서프라이즈' 배우 김하영

서프라이즈에서 멜로 연기가 가능한, 거의 독보적인 여배우지만 서프라이즈 연기만으로 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촬영이 없는 날 고객 응대 요령, 성희롱 예방, 교통안전 등 각종 교육 영상 속 배우로 연기하거나 기업체 행사의 MC로도 활동하는 이유다. 김씨는 “부산 MBC ‘어부의 만찬’이나 반려동물 전문채널인 스카이펫파크의 ‘잘 살아보시개’ 등 지역 방송사나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도 종종 한다”며 “사실 연기는 아무리 힘들 때도 재밌는데, 일이 없어 돈 못 벌 때는 정말 힘들다”며 웃었다.

"영화, 드라마 욕심 없다면 거짓말이죠"

연기에 대한 욕심은 다른 배우 못지않다. 김씨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서프라이즈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며 “아무래도 내가 등장할 경우 ‘서프라이즈 걔 아냐?’라면서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까 봐 그러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위에서는 서프라이즈 관두고 이미지를 바꾸라는데, 이미 쉽게 바꿀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다”며 “오히려 서프라이즈가 나를 대중에게 소개해주고 있어 힘이 된다. 지난해엔 하남시 홍보대사도 됐다”고 말했다.

김하영 "매번 똑같은 남자한테 시집간다" [사진 김하영 인스타그램]

김하영 "매번 똑같은 남자한테 시집간다" [사진 김하영 인스타그램]

연기에 대한 욕심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일주일 중 이틀 촬영해 그 다음 주 서프라이즈를 내보내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촬영 현장은 늘 호흡이 짧다. 김씨는 “슬픈 장면에서는 감정 잡을 시간도 없이 ‘큐’ 하면 바로 울어야 한다”며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안에 있는 감정을 더 끌어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2018년에는 분명 그런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연기가 재연 아닌가요?"

김씨에게 “서프라이즈를 계속할 계획이냐”고 묻자 “시켜주는 한 할머니 역을 가발 안 쓰고 할 때까지 하고 싶다”고 곧장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마치려 하자,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것 좀 실어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를 보고 재연 배우라고 많이 하시는데요, 사실 모든 연기가 상황에 대한 재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재연 배우라고 지칭해주실 때 조금 힘이 빠지기도 해요. 재연 배우 말고, 그냥 배우라고 불러주시면 안 될까요?(웃음)”

◇ 기획 '배우에게 꿈을 묻다'

① 꿈꾸는 6등급 배우 류경현 (바로가기: http:www.joongang.co.kr/article/22280939)
③ 배우 김시호 "진심 있으면 죽이는 게 나온다" (바로가기: http:www.joongang.co.kr/article/22280937)

'배우에게 꿈을 묻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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