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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신년사에 비친 김정은, 변화의 흐름 거부 못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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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접하게 된 지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예전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도 한국과 일본을 구분해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2007년 한국어를 대학 전공으로 정한 뒤부터 역사와 정치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면을 깊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어과에서 고조선 역사부터 공부하다 보니 현대사에 접어들 즈음 졸업할 때가 되었다. 한반도 전쟁과 분단 현실에 대해선 나름 혼자 공부를 했다. 남한의 시선으로 북한을 보다 보니 북한을 폐쇄적이고 자유가 없으며 사람들이 불행하기만 한 나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점들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다 정확하다고 단정하기도 힘들지 싶다.

한국 생활 5년째인 만큼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여겼다. 그러나 탈북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여러 방송에서 북한을 주제로 촬영하다 보니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은 그렇게 캄캄한 상황만은 아니다. 아직 세계와 북한의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비정상의 눈 1/11

비정상의 눈 1/11

남북관계는 긴장할 때도 있었고 평화로울 때도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은 관계 회복에 대한 희망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 사건이나 잇따른 핵 도발은 극도의 긴장 상태를 초래했다. 남한은 늘 평화의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북한은 그 손을 깨물기 일쑤였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김정은의 2018년 신년사는 남북관계의 미래와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게 했다. 오랜만에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평화와 관계 회복을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신년사를 접하고 합성인가 싶을 정도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빌고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는 말도 참 마음에 들었다.

이 말들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지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렇게 말할 정도면 무언가 변화가 있다고 본다. 세계에서 여러 독재 정권들이 없어지고 계몽 운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북한만 홀로 비켜서 있을 수는 없다. 가속적으로 발전하는 IT와 과학기술의 시대에는 어떠한 독재세력도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이런 사실을 김정은도 인식하지 않았나 싶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