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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되는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중앙일보

입력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중앙포토]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중앙포토]

대공수사권 이전 논의 본격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정원이 9일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도 “국민을 위한 안보수사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10일 발의하겠다고 했다.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대공수사권, 국정원서 경찰 이관 가능성 ↑ #"간첩수사 노하우 소실" 안보수사 공백 주장 #국내정보 사실상 독점, 경찰권 비대화 우려도

입법 과정에서 세부 사항이 변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공수사권 경찰 이전이라는 큰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병기 의원은 “경찰청과 국정원 간의 협의가 있었고 대통령 공약사항인만큼 당정청의 논의가 있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전문인력을 경찰로 돌리는 조직 개편과 기능 조정 차원이다”고 말했다. 변수는 안보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발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국정원 개혁위가 대공수사권 이전 방침을 밝히자 “국가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기존 보안국 확대개편 가능성 커…안보수사 공백 가능성은?

경찰은 이미 대공수사 업무를 하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 739명 중 531명(71%)은 경찰이, 187명(25%)은 국정원이 수사했다. 나머지 31명(4%)은 군 검찰이나 기무사 등이 처리했다. 하지만 경찰이 맡아 처리한 사건은 상당수가 이적표현물 게시 등 단순 사건이라 간첩 수사 등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고등법원장 출신인 김흥석 변호사는 “간첩수사는 일반 수사와 달리 오랜 기간 전문적인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대공수사는 해외 첩보수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경찰이 지금 체제 아래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찰도 안보수사 공백 우려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9일 “대공 수사가 질적인 문제에서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 국정원에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전문수사인력을 충원하는 등 안보 수사 역량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조직은 기존 경찰청 보안국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청장은 “국정원 쪽의 숙련된 인력의 지원을 받는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인권침해·경찰권비대 우려 목소리도 커

지난 1987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주변에 전경을 배치해 취재기자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경찰 [중앙포토]

지난 1987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주변에 전경을 배치해 취재기자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경찰 [중앙포토]

안보수사 공백보다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이도 적지 않다. 대공수사 업무를 하던 경찰의 인권 침해를 다룬 영화 '1987'이 흥행몰이를 하는 것도 경찰로선 부담이다. 이철성 청장 등 경찰청 지휘부는 최근 1987 단체 관람에 나서기도 했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국정원 수사인력 상당수가 경찰로 넘어가면 안보수사 공백은 최소화될 거다. 전문성보다는 인권침해 우려가 더 큰데 경찰로 바로 다 이관하기 보다는 별도로 뭔가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경찰은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면 관련 첩보 수집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정보 수집은 경찰이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만 국내정보를 독점하게 되는 상황에서 대공수사와 다른 모든 분야 수사권을 경찰이 가지면 또 다른 괴물이 될 수 있다. 미세하게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시민 대표들로 구성된 경찰위원회가 경찰행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지위와 권한을 강화하고, 독립적ㆍ중립적 외부 통제기구인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경찰권 남용과 인권침해를 근본 차단하겠다”고 했다. 또 “변호인 참여권과 진술녹음제 등 실효적 인권보장제를 도입해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관서장의 수사지휘권 폐지, 조직 내 인권영향평가제 도입 등도 약속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 비대화 우려하는 분들이 있으니 더해지는 만큼 덜어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영익·여성국·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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