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 “남북 접촉, ‘무엇의 시작’으로 보는 건 성급…압박 계속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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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정책기획관이 9일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에 대해 “우리가 가진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 ‘무엇의 시작’이냐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것이 어떤 시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정책기획관. [주한 미 대사관]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정책기획관. [주한 미 대사관]

그는 이날 오전 아시아 지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 언론 브리핑에서 남북 회담에 대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무엇을 테이블에 내놓을지 알지 못한다. 단순히 평창 겨울 올림픽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 것인지 그 이상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모른다”며 이처럼 말했다. 훅 기획관은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때도 수행했다.

훅 기획관은 “미국은 남북 접촉을 통해 긍정적인 진전된 결과가 나오길 바라고, 이것이 무엇인가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 우선은 대부분 올림픽에 집중된 협의가 이뤄질 것 같다. 이는 의미가 있거나 중요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그저 올림픽을 위한 만남일 뿐 다른 것(만남)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압박의 결과로서 대화가 이뤄져야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미국의 기존 원칙도 확인했다. 훅 기획관은 “한·미 정상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이 남북 관계의 개선과 북핵 프로그램을 푸는 문제는 분리된 채 진전될 수 없다”며 “그래서 우리는 최고의 압박 작전에 초점을 맞추는 기조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의미 있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에 맞춰 내놓은 미국의 직접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훅 기획관의 브리핑도 남북 회담이 시작된 오전 10시 진행됐다. 국무부는 전날 오전 브리핑 일정을 공지했다.

훅 기획관은 또 “틸러슨 국무장관이 동맹국들과 함께 신중함과 인내심 있는 외교를 진행한 결과 우리는 북한에 전에 없는 수준의 새로운 압박을 가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압박 작전의 목적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CVID)”라면서다.

그는 북한이 대화에 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압박 작전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훅 기획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런 압박 작전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지금 남북이 대화하고 있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틸러슨 장관이 취임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다루라고 지시했고, 틸러슨 장관은 다른 나라와 양자회담을 할 때마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끊거나 축소하라고 요청해왔다”고 전했다.

훅 기획관은 “이런 외교의 결과로 북한에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압박 효과를 (북한이)체감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이런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현재의 제재 압박 구도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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